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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CT 전문지식 있다고 볼 수 없다"
[ 2006년 07월 03일 21시 52분 ]
"의사 국가고시에는 방사선 관련 문항이 전체 문항 중 11~15%에 달하지만, 한의사 국가고시에는 1~2문제가 출제돼도 방사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평가할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의학과 한의학은 그 원리 및 기초가 다르다. 해부학에 기초를 두고 인체를 분석적으로 보는 서양의학과 달리, 인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보고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한의학은 인체와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며, 진찰방법도 차이가 있어 한의사의 CT 사용은 한방의료행위 범주에 벗어난다"
이는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제8특별부가 한의사의 CT사용은 불법이란 판결을 내리면서 밝힌 선고취지다.
데일리메디가 단독 입수한 이번 항소심 판결문에서 고등법원은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 구분은 그 행위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이 서양에서 도입된 의학인지,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인지 여부에 의해 구분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의학육성법 제2조1호를 인용한 것으로 그 학문적 기초에 따라 질병에 대한 진찰과 치료행위도 달라진다는 점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법은 또 현재 한의사들이 CT를 사용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며 내세우고 있는 한의대 교육과정과 관련, "한의사 국가시험에 방사선 관련 문제가 전문적인 지식을 평가하는 문항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의계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현재 의사 국가고시는 전체 문항수에서 방사선 관련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3년에는 15.8%, '04년 11.4%, 그리고 '05년에는 13.2%에 달했다.
반면, 한의사 국가고시에는 방사선 관련 문제가 1~2문제 출제되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평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비록 한의대에서 CT 사용에 필요한 교육이 일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의사들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법은 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 돼 있고, 의료법상에도 의사는 의료행위에,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에 종사하도록 돼 있어 면허도 그 범위에 한해 주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아울러 "CT기기와 관련된 규정들은 한의사가 CT기기를 이용하거나, 한방병원에 CT기기를 설치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도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진찰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점 등을 비춰볼 때 한의사가 CT를 이용해 방사선 진단행위를 하는 것은 한방의료행위 범주에 포함된다 보기 어려워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법원은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의사와 한의사간의 면허 범주내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와유사한 사건이 재발했을 때 유의적인 판례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계, 대법원 상고하기 힘들듯
고법의 이번 판결은 지난 2004년 12월 서울 서초구보건소가 기린한방병원에 내렸던 3개월 업무정지처분에 대해서는 재량권 남용이라며 한방병원측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이어갔다.
즉, 서울행정법원이 내렸던 판결취지는 뒤엎은 반면, 3개월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는 기린한방병원이 승소한 것이다.
이에따라 당초 예상과 달리, 기린한방병원측이나 한의계가 이 소송 건을 갖고 대법원까지 이어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당사자인 길인의료재단이 패소했다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3개월 업무정지처분이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 주문대로라면 한방병원측이 소송 자체에서는 이겼기 때문에 대법원에 상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기린한방병원을 운영하는 길인의료재단은 서초구보건소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며 문제가 불거지자, 진단방사선과전문의를 정식 고용한 기린의원이란 또다른 의료기관을 개설, 현재까지 이곳에서 CT를 사용 중이다.
이번 항소심의 판결취지가 한의협 등 이해관계자의 주장에는 부합되지 않더라도, 판결 결과에서는 당사자인 기린한방병원측이 승소했기 때문에 굳이 상고해서 얻을 이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 법률전문가는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항소심에서 패소한 경우에 한다"며 "일단 승소한 쪽에서는 상고를 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의협이 굳이 상고를 한다하더라도 기린한방병원측의 보조참가인 자격도 아니며, 소송에서는 이해관계자가 당사자(한방병원측)보다 더 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각하 될 확률이 높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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