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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 내딛은 의사 노조 '산 넘어 산'
[ 2006년 07월 06일 21시 45분 ]
전공의노조가 지난 4일 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 인가를 받음에 따라 한국 의료계 역사상 최초로 의사노조가 탄생했다.

'처우개선과 법적 지위보장'을 주장하며 지난 2003년 이후 병원계와 지루한 싸움을 벌인 전공의들의 노력이 3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

전공의들의 숙원이었던 노조 설립이 현실화 됨에 따라 앞으로 수련환경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이 노조가 실효성을 갖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불안한 노조 가입률

전공의노조는 발기인 11명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전국적인 조합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노조에 가입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전공의'라면 누구나 의국 선배와 스승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 때문에 의국 분위기가 노조가입에 부정적이라면 쉽사리 노조 활동에 나설 수 없다.

전공의협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련 및 기타 근무평점 등에 불이익을 줄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관련자는 처벌 받게 된다"며 회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전공의들로서는 부담스러운게 사실.

소위 메이저 병원에서 수련받고 있는 전공의들의 무관심도 노조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들 전공의는 여타 병원에 비해 수련환경이 좋아 현재까지도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다.

상징성 있는 병원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낼 때 노조 영향력이 배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 전공의들의 참여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노조 이 혁 위원장 역시 "동료를 위한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다"며 메이져병원 전공의에게 동료애를 호소, 노조 참여를 당부했다.

수면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전공의들의 일정도 노조 가입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전공의노조, 누구와 교섭하나

전공의노조가 넘어야 할 가장 큰 능선 중 하나가 바로 교섭대상이다.

노조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협상을 벌여야 할 파트너가 있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공의노조는 아직까지 교섭을 진행할 대상이 없다.

그동안 전공의협의회가 병원협회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협상을 진행,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일선병원에서 묵과해 버리기 일쑤였다.

특히 노조 설립으로 교섭단체와의 결과물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지만 이번엔 대화채널 부재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하는 처지다.

현재로서는 지부별로 병원과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 그러나 전공의노조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병원들이 교섭에 적극 참여할리 만무하다.

때문에 전공의노조는 병원협회가 각 병원들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중앙조직과 직접 교섭을 진행해 주길 요구하고 있다.

이 혁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단위병원에서 병원장과 직접 교섭에 임할 경우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조속히 전 수련병원을 대표하는 교섭단체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복받지 못한 전공의노조

한국 의료계 역사상 첫 '의사노조'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전공의노조는 '그들만의 잔치'로 귀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젊은 후배들의 굳은 결의를 독려하는 선배 의사단체 하나 없이 전공의노조는 6일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

노조 측도 "선배들로부터 축하 받으며 출범을 고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특히 "의협이 진정 전공의노조를 인정한다면 지지성명이라도 발표하는게 맏형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은 전공의노조 설립과정에서 소원해진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과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 입장에 서야 하는 병원협회와의 대립은 차치하고라도 의사협회 마저 전공의 이사 선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불편해진 상태.

때문에 전공의노조가 앞으로의 활동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선배 의사단체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천신만고 끝에 출항한 전공의노조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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