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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산부인과 뿌리채 흔들"
[ 2006년 07월 10일 21시 44분 ]
제왕절개 분만율도 사실상 전면 공개다.

정부가 올 들어 항생제, 주사제의 처방률을 전면 공개한데 이어 이달 말 전국 680여개 병의원의 제왕절개 분만율 현황을 공개키로 해 그렇잖아도 어려운 산부인과가 큰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산모와 태아의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큰 점을 감안해 ‘제왕절개율이 높거나 보통, 낮은 기관 등’ 세 그룹으로 구분해 공개할 방침이다.

10일 심평원 평가실 김계숙 실장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알권리와 의료 이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왕 절개율 현황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연분만의 자율적 촉진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제왕절개를 원하지 않는 산모들이 제왕절개 분만율이 낮은 의료기관을 찾도록 하고 공개 대상에 들어가지 못한 병의원들은 개선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산부인과 의료진들의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제왕절개율 공개 방침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지난 수십 년 동안 강제로 적용해 온 낮은 의료수가와 급증하는 의료소송으로 거의 빈사 상태인 산부인과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더해 최근 저출산 현상이 겹치면서 분만 건수마저 급격하게 줄어 개원 산부인과는 회생불능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교수는 10일 “오죽하면 자신들 본업인 분만에서 손을 떼겠다고 아우성이겠는가”라며 “정부에서 마지못해 최근 분만 수가를 일부 인상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산부인과의 분만 포기 현상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최영렬 회장도 이날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의사의 과실 유무에 상관없이 산모측은 수억원에 이르는 보상을 요구한다. 1년에 한 번만 사고가 발생해도 한해 분만비는 물론 10년치 분만비를 다 써도 모자랄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왕절개율까지 전면 공개한다고 하면 설상가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의 진료 근간은 뿌리 채 흔들릴 것이며 환자 안전 위협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최영렬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하에서는 정상 분만시 사고가 나면 고액의 배상 책임을 떠 안게 되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흑백논리식 규제는 불합리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정작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그릇된 정보의 책임은 누가질 것이냐”며 “사정이 이러하니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 진료와 분만을 포기하고, 전공의들은 산부인과를 외면한다”고 덧붙였다.

제왕절개율 감소 및 환자의 건강권 실현이 목적이라면 제반되는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한 후에 정책을 펼쳐야 될 것이라는 게 산부인과의사회의 중론이다.

또한 “대부분 의료소송에서는 산모나 태아에게 약간 이상 소견이 있었을 때 바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의사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온다”면서 “그럼에도 정부와 시민단체는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이 너무 높으니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의 위험성과 사회적 비난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길을 힘겹게 걷고 있는 셈이다.

남산부인과 남장현 원장은 “의료라고 하는 것은 틀 안에 가둬두려고 하고 하면 더욱 후퇴한다”며 “불합리한 통제는 방어진료를 낳고 제왕절개율 상승을 부추겨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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