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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상 마케팅 "隱語(은어)도 품격있게"
[ 2006년 08월 03일 21시 41분 ]
아까지, 덴바이, 오시오리, 빠다 등은 제약사 영업사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흔한 은어(隱語)이다.

이들 은어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애환과 나름대로의 삶의 개척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을 받으며 수 십년 넘게 애용되고 있는 말들이다.

이처럼 영업사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은어가 의약분업 이후 의사 대상의 디테일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제약사 마케팅 부서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종합병원 교수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항암제 마케팅 부서를 중심으로 은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부서는 '암'이라는 어려운 질병을 다루는 의사들의 눈높이를 맞추자는 취지에서 기존에 흔히 사용하던 은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은어는 철저한 기밀유지가 생명인 마케팅 특성상 타 회사로부터 보완을 유지하는 시너지 효과도 발휘한다고 마케팅 직원들은 귀띔했다.

"김 대리, 내일 MVP 누가 나가지?"

제약사 마케팅 직원이 아침부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종합병원 교수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고 병원으로 나가면 교수는 이미 수술에 들어가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마케팅 직원들은 오전 7시경 병원으로 바로 나가 출근하는 교수와 만남을 시도해야 한다.

때문에 이른 아침에 교수를 방문한다는 '조간방문'의 약자 '조방'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던 그들만의 은어이다.

하지만 최근 마케팅 부서 직원들은 이 단어를 'MVP'란 말로 대체해 부르기 시작했다. 'MVP'는 'Morning Visiting Program'의 약자로, 아침에 방문하는 '조방'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김 대리, 내일 MVP 누가 나가지?"란 부장의 질문은 다른 부서에서는 알아 듣지 못하는 마케팅 부서만의 은어가 되고 있다.

"부장님, 저 오늘 EVP 입니다"

아침에 방문하는 조방과는 반대로 교수들의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는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방식을 야간방문, 즉 '야방'이라 부른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미 눈치 챘겠지만 'EVP'는 'MVP'의 반대 의미의 야간 방문을 뜻하는 단어다.

풀이 역시 'Evening Visiting Program'으로, 늦은 시각에 방문하는 탓에 마케팅 부서 직원들에게 EVP는 곧 현지퇴근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이번주 중으로 모두 MCP 하도록!"

영업사원 만큼이나 마케팅 부서 직원 역시 소위 '키맨(key man)'으로 불리는 핵심 교수들의 관리는 필수.

때문에 마케팅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날을 잡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묻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Monthly Call Program'. MCP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유선상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오프라인 상에서도 종종 시행된다고.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불리는 교수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치킨을 사가지고 집을 방문한다거나 청국장 같은 작은 선물 공세를 펼치며 안면을 트는 경우도 있다.

"MP·SP가 승부를 좌우한다"

마케팅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하느냐에 달린 일. 때문에 마케팅 부서 직원들은 매년, 매월, 매주 계획 수립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 한다.

MP, SP 역시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한 계획을 의미하는 단어들이다.

'Marketing Plan'을 줄여 MP, 'Sales Plan'을 줄여 SP로 부르지만 뜻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때문에 마케팅 직원들은 MP와 SP를 통해 제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며 보다 확실한 효과를 위해 틈틈이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수립한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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