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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제, 전문과목간 갈등 유발 가능"
[ 2006년 08월 04일 03시 41분 ]
현재 복지부가 추진중인 의약품 보험등재 방식의 포지티브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의료기관 측면에서는 전문과목간 반목과 갈등까지도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의사는 효과성에 의문을 갖는 약이라 할지라도, 단지 값싸기 때문에 보험에 등재된 약을 처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의사처방권에도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립대병원장협의회(회장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는 최근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과의 면담에서 이같은 우려들을 제기하고, "의약품을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로 전환하는 논리라면 의료행위도 포지티브 리스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면담에서 사립대병원장들은 "포지티브리스트제도가 도입되면 환자의 경제력을 감안해 보험에 등재된 싼 약을 처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의사는 효과성에 의문을 갖고 있더라도 환자입장을 고려해 싼 약을 처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전국민 단일보험자 방식과 의료기관 강제지정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의료현실속에서 보험등재된 약이 지나치게 제한적일 경우 심각한 의사처방권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울러 의약품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는 전문과목간의 반목과 갈등도 유발할 가능성를 내포하고 있다.

즉, 전문과목간 중복질환 영역(예, 진통제, 안정제)에서는 각 과목간에 서로 선호하는 약을 등재하기 위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

보험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에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해당과목에서 선호하는 약이 등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립대병원들은 포지티브 리스트제가 환자에게 미칠 악영향도 유 장관에게 전달했다.

포지티브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환자가 고유특성과 증상에 따른 투약을 받을 수 없어 치료여건이 악화될 수 있으며, 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비급여 품목은 고수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약값 또한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항암제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만성골수백혈병 환자가 비급여 품목인 미국계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의 혁신적 신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 한달 약값이 400~600만원에 달할 수 있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다보험자 방식의 나라에서는 약의 포지티브리스트가 제한적일 경우 소비자가 다른 보험자를 선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자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보험자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라는 것이다.

제약사 측면에서도 포지티브 리스트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비용대비 효과성이 떨어지는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를 맞을 것이며, 신약개발을 하려해도 시판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신약개발 투자의욕을 떨어트릴 소지마저 있다.

또한 보험등재된 품목은 매출 증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등재를 위한 제약사들의 로비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혁신적 신약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국내 제너릭 업체는 수요를 독점할 공단과의 협상력에서 열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에 따른 악영향을 고려, 사립대병원장들은 "약가를 포지티브리스트제도로 바꿀려면 의료행위들도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달했다.

병원장들은 전체적으로 현재 모든 의료행위들이 네거티브 리스트로 묶여 수가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약가만 포지티브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관련,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에 앞서 일반국민과 의료기관의 보험자 선택권, 효과성 및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재 제외품목에 대한 환자부담 경담대책, 등재 제외품목에 대한 의사 처방권 확보방안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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