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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장동익 의협회장과 코카콜라
[ 2006년 08월 21일 21시 46분 ]
1999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부근 한 음식점. 손님 4명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탈이 났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코카콜라 엔터프라이즈(CCE)는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제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그러나 며칠 뒤 벨기에 보르넴의 한 학교에서 코카콜라를 마신 학생 39명이 또 병이 났다. 회사는 그 때도 일부 제품만을 회수했다.
코카콜라 고위 경영자인 지제르벨드는 벨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설득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지제르벨드는 장관이 대화 도중 또 다른 사고를 전화로 보고받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사고는 계속됐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첫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쯤 지나서야 당시 코카콜라 회장은 사과 성명을 냈다. 그리고 유럽 5개국에서 1400만 상자의 제품을 회수했다. 이 사고는 113년의 역사를 지닌 코카콜라의 가장 심각한 위기로 확대됐다.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의 ‘요정 회동’은 영락없이 1999년 코카콜라 사태와 닮아 있다.
요정 회동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루도 못 가 자신이 한 말을 뒤집기도 하고, 입을 열 때마다 말이 달라 듣는 이를 헷갈리게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해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후속 조치로 신뢰를 얻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 임기응변식 미봉책을 거듭해 위기를 키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두 사례는 너무나 닮은꼴이다.
요정 회동에 대해 장동익 회장이 "사실임을 인정한다"고 입을 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한 의사 회원들은 물론, 전공의협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는 사과이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거짓말에는 소극적 거짓말과 적극적 거짓말이 있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진실을 감추는 것은 소극적 거짓말이다. 진실을 조작하거나 속이면 적극적 거짓말이 된다. 이런 거짓말들은 상황을 판단해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장동익 회장의 거짓말은 사태를 위기로, 코너로, 나아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으로 몰고 갔다.
급기야 젊은 의사들과 의사 회원들의 불신을 최고조에 달하게 한 그의 최종 결말은 ‘감사 거부’였다.
아니다. 결말은 나지 않았다. '진실'을 아직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적 수사 등 강압적 방법보다는 관련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늦었지만 '진실'로써 한 조각의 신뢰나마 살려야 한다.
장동익 회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제2, 제3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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