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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타서 숯 검정된 산부인과 교수들
[ 2006년 08월 29일 21시 48분 ]
“불과 20년전만해도 공부에 있어서는 ‘날고 기는’ 수재들이 모였던 과다. 그런데 지금은….”

짙은 안개 속에 산부인과의 활로를 열기 위한 교수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내외산소로 불리며 메이저 중 메이저로 통했던 산부인과. 하지만 과거의 영화는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이미 전공의 사이에서는 블랙리스트로 통할 정도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진홍 교수[사진]는 29일 “최근 3~4년 사이 집계되고 있는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가히 충격적”이라면서 “대학병원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톨릭의대 산부인과학교실은 지난 26일 김진홍 교수 등 산부인과 교수진 및 선배들을 주축으로 자체 설명회까지 열었다. 대상은 산부인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불특정 소수(?)의 인턴들.

김진홍 교수에 따르면 “산부인과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향후 의료계를 이끌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턴들에게 바른 진로를 안내하겠다”는 것이 설명회 개최의 의의였다.

그러나 이번 설명회가 가톨릭의대 자체 내에서 최초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공의 지원율이 ‘뚝’ 떨어진 산부인과의 위기의식은 가톨릭의대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설명회에는 30여명의 인턴들과 40여명의 교실원들 등 예비 의료인력들이 참석했지만 그는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교수로서 그들의 장래와 향후 진로 모색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때문에 어깨가 무겁다”고 토로했다.

김진홍 교수는 "1년동안 전공의를 17명을 뽑는데 8명이 지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가히 충격이었다"며 "이제는 대학병원 분만실을 폐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보험 초기에는 보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도 경영상 크게 문제되지 않았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정상적인 수가와 의료사고에 게다가 사상 초유의 저출산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산부인과 전공의들 가운데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김진홍 교수는 산부인과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가를 몇 % 인상하는 식의 방법은 의미가 없다고 못박았다.

산부인과의 움직임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특정 문제가 아닌 여러 문제가 사슬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우선 김진홍 교수는 산부인과 위기탈출 비상구를 '진료영역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과거처럼 출산과 분만에 전념하던 일선 산부인과 병원들은 불임이나 부인과 질환, 피부미용 등으로 진료영역을 바꾸고 있다.

"유방암이나 요실금은 산부인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질병"이라며 "개원의들이 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도 전혀 뜬금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의의 수요를 줄이고 산부인과의 진료 영역 확대 등을 통해 현 상황을 직시하고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단타성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서 점진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면서도 김진홍 교수는 산부인과의 뿌리가 되고 있는 '분만'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애를 받는 산부인과에서 '여성 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병원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추세"라면서도 "쉽고 '돈 되는' 일만을 좇아가는 요령주의를 마냥 안고 갈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출산장려와 함께 보험수가 조정 등 정부 차원의 특단 조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서도 '인술'을 강조하는 산부인과 교수로서의 사명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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