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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가 없어 아기 못낳는 세태 맞아
[ 2006년 09월 12일 03시 05분 ]
“예전엔 집집마다 허연 기저귀 빨래가 주렁주렁 걸렸어. 근데 지금은 썰렁해. 아, 한때는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돼지새끼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농촌 지역 임산부들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분만을 위해 ‘하나 둘’ 이곳을 떠나고 있다. 강릉의 어느 한 마을, 김상식(82)할아버지는 정부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고 혀를 찼다.
이 마을 P산부인과 원장은 지난 2월 병원 문을 닫은 뒤 평창지역에서 노인 만성질환 전문 의원을 개원했고 S산부인과 원장은 폐업 후 서울 종합병원 산부인과에 취업했다.
임산부들이 ‘산부인과 찾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농촌지역의 산부인과가 급속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분만 실적이 저조한 강릉 지역만해도 중·소형 산부인과 3곳이 여성 갱년기클리닉 등으로 주 진료과목을 변경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1년에 아기를 받는 산부인과(병원 포함)가 1570곳이었으나 올해는 972곳으로 5년 새 3분의 1가량이나 크게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산부인과 분만자료에서도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분만할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전국 88개 군 중 무려 56개 군으로 나타났다.
경북이 12개 군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전남은 각각 9개 군, 강원 7개 군, 전북·충북 각각 6개 군, 충남 3개 군, 경기·제주 각각 2개 군이었다.
일각에서는 “나라에선 뭐하나. 세계 저출산율 1위인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출산할 곳이 없어 걱정한다면 이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시골 사람들은 출산하고 싶어도 이런 이유 때문에 한걸음 물러서는 게 현실이다”며 현 세태를 꼬집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비난의 화살이 산부인과 의사에게로 쏟아지고 있다.
ID boomba씨는 “힘들고 어려운 일은 피하고 돈 되는 일만 찾을 것이라면 의사 자격증 회수해야 한다. 의료 행위에 대한 숭고함과 사명감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ID cloudnrain씨도 “농촌 임산부들의 원정 출산은 진료만 하고 돈 안되는 분만은 피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돈 안된다고 산모에게 필수적인 ‘분만실’을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 현 주소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ID otnc씨는 “요즘 산부인과 의사들도 많이 어렵다. 생각 없이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부인과 진료만 하는가 하면 일부는 부인성형이니 낮 뜨거운 수술로 먹고 사는 심정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ID gabriel9677씨는 “왜 의사에게만 숭고함과 사명감 희생을 강조하나. 산부인과만의 문제만이 아니다”면서 “산부인과 외과 전문의들이 피부클리닉이나 비만클리닉으로 돌아서는 것에 대해 단순히 비난만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ID tin씨도 “부자가 되지는 못해도 열심히 산모 보고 한 달에 분만 몇 건만 진행해서 의원 운영하고 먹고는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아마 안 올 것이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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