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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 처럼 혼을 담아 키웁니다"
[ 2006년 09월 17일 21시 10분 ]
국내 소아 한방 프랜차이즈 함소아한의원이 최근 한약재를 단계적으로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농산물) 인증 한약재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한의원 중에서는 최초로 있는 일로, 이미 일본 등에서 6년여 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인증 한약재 시대를 예고하는 것. 이에따라 함소아는 한국생약협회에서 인증된 GAP 농장에서 생산된 국내산 약재를 구매, 사용하게 된다. 농약으로 범벅된 한약재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함소아의 결정은 한약의 진일보로 평가받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함소아가 계약을 맺은 경북 상주의 한 농장을 찾아 GAP 인증 한약재의 안전성을 확인해 봤다.[편집자주]

뜨거운 열기가 전국을 달구던 지난 8월 데일리메디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문장대 오미자 작목반을 찾았다.

서울을 출발하면서 기분 나쁘게 숨을 턱턱 막던 공기는 상주에 도착하면서 어느새 덥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상쾌한 정말 여름의 공기로 변신해 있었다.

사람들이나 차가 많이 다닐 수도 없고 아는 사람 아니면 찾을 수 없을만한 이곳은 깎아지른 주변의 높은 산들과 깊은 계곡이 자동차도로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30여분 차를 몰아 산 중턱에 위치한 오미자 농장에서 백종일씨(49·사진)를 만났다.

각종 장비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농장에 다다른 취재진에게 백종일씨는 “힘드시지요? 그래도 사람들과 차가 다니지 않는 곳에서 기른 오미자만이 GAP 인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라며 기자들을 맞이했다.

농약, 특히 작물에 오랫동안 남아 인간에 가장 해를 끼친다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1300여평 농장 전체 바닥에 깔린 검정색 차단막으로 쉽게 설명됐다.

마치 손님을 맞이하듯 깔끔하게 정돈된 밭이 인상적이었다.

2004년부터 오미자를 특용작물로 재배했다는 백씨는 취재를 시작하려는 기자에게 대뜸 “자신이 키우는 작물을 애지중지하지 않을 농부는 없다”며 “그러나 날로 늘어가는 세금과 양심껏 재배해도 등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농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농산물)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제초제는 물론 대부분의 농약 사용이 금지된다.

상황이 이 같기 때문에 수확량은 절반 이상으로 줄고 그나마 수확물도 눈으로 보기에는 농약을 치고 키운 작물에 비해 미관상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싸구려 약재만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도 2002년부터 GAP 인증제도를 시작했고, 일본의 쯔무라 제약은 중국에 대규모 GAP농장을 운영한 것이 5~6년 전이라고 한다.

이들은 약재를 GAP 규정에 맞춰 생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약회사나 구미, 심지어는 영국 왕실까지 수출하고 있다는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는 또 앞으로 GAP 인증제도 및 안전한 먹거리나 약재에 대한 수요는 늘 것인데 자신같은 사람을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면 결국 우리의 먹거리나 약재는 이미 GAP 제도를 실시한 나라의 제품에 점령당하게 될 것이라며 탄식했다.

GAP 인증 농장을 왜 힘들게 운영하냐는 질문에 백씨는 “매일매일 작업일지를 작성하고 다른 농가보다 힘들게 오미자를 재배하고 있지만 약으로 쓰는 작물을 농약으로 범벅해 돈을 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백씨는 또 “이제 함소아와 계약을 체결해 판로가 안정돼 양심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우리 농장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약초재배농가들이 기업들과 손잡고 안정적으로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약초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유기농 하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축분뇨와 쌀겨나 볏짚을 이용한 퇴비 냄새가 밭에서는 전혀 나지 않아 의아했다.

백씨와 상주 문장대 작목반은 나름의 비료제조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비료를 이들은 ‘초산제’라 부르고 있었다.

초산제란 발효된 가축의 피에다 흑설탕과 막걸리 등을 혼합해 다시 발효시킨 것이다. 300평당 이 초산제를 일반 비료 대신 사용할 경우 비용이 3~4배까지 뛰어 오른단다.

백씨는 나름대로 초산제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분뇨를 이용한 퇴비는 혹시 검출될지 모르는 각종 기생충이 작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클 뿐더러 작물이 빠르게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한여름 뜨거운 햇빛만큼이나 완고한 그만의 지론을 들으며 반나절을 보내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기자에게 백씨는 “요즘 정부의 시책을 보면 산업만을 육성하고 농촌은 점점 소외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제발 자식을 키우듯 애지중지 자신의 작물을 키워나가는 농민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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