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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사들의 도피성 해외진출
[ 2007년 01월 07일 21시 50분 ]
최근 필리핀에서는 미래가 촉망되던 한 젊은 의사의 미국 간호사 이민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자국의 수재가 의사의 꿈을 접고 미국의 간호사들 틈에서 체온을 재고 링거액을 준비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8400만명의 필리핀 국민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것.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자신토는 마닐라에 위치한 의대 졸업 후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한 결과 전국 1800여명 가운데 수석을 차지한 수재였다.

'필리핀의 자랑'이던 그가 모국을 등지고 타향에서 간호사를 자청하기까지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은 훌륭한 의사라 하더라도 어차피 급여 수준이 형편없기 때문.

필리핀에서 간호사 월급이 150~250달러, 의사 월급이 300~800달러인데 반해 미국에서 간호사의 월 평균 수입은 4000달러로 필리핀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의사 월급보다 5배나 많다.

한 필리핀 일간지의 칼럼리스트는 "자신토의 사례는 오늘날 '누가 이 땅에 남고 싶어할 것인가'라는, 필리핀 사회에 던져진 근본적인 의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필리핀 의사 5만6000명 가운데 9000여 명이 간호사로 재교육을 받고 해외로 취업이민을 떠난 것으로 집계된다. 이미 지방 병원들은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이 턱없이 부족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 인사들은 작금의 필리핀 상황에 국내 의료 현실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비유가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외면할 수 만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민을 고민하는 의사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극단의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한국의 상황이 필리핀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열악한 의료환경에 시달리던 의사들이 살길을 찾아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의사출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반열에 오른 국내 의료가 '해외 진출'이 아닌 '해외 도피'를 해야하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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