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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참는데만 꼬박 1년 걸렸어요"
[ 2007년 01월 08일 03시 22분 ]
말기 암환자와 중증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호스피스 병동. 대부분 가족이 없어 혼자인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동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단 예은주
[사진]
씨는 날마다 가장 가까이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살 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들을 돌보면서 “환자들에게 늘 부족함과 미안함이 앞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환자들을 씻기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환자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일도 쉽지 않지만 “가장 힘든 일은 눈물을 참는 것”이라고. 6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 자리에서다.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자원봉사 활동 초기 시절에 말기 간암인 32세의 여자 환자를 만났어요. 보기가 안쓰러워 머리맡에서 매일 성가를 불러주고 기도한 게 전부였죠. 그런데 그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태까지 나는 누구에게도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라고”
호스피스는 예은주씨의 삶에 가장 깊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말기 간암인 여자 환자를 우연히 만난 이후 호스피스를 위해 팔을 걷었다. 힘에 부칠 때가 많았지만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예은주씨의 봉사활동은 뿌리가 깊다.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 전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의 손길을 닿았던 환자만 200명을 넘고, 이중 30여명은 그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처음 1년 정도는 환자들을 쳐다보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돌보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한동안은 마음이 아파서 앓아눕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그는 환자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면서 불편한 몸을 편안하게 씻기고 안마를 해주는 요령도 늘었지만, 환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됐다. 환자가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며 어느 때 말을 걸고, 어느 때는 잠자코 지켜봐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사실 국내에 호스피스가 소개된 것은 1960년대 중반이지만 ‘반짝’ 알려진 뒤 오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 들어서야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 즈음 가톨릭대에 WTO(세계보건기구)협력센터로는 국내 유일하게 호스피스교육연구소가 생겼다.
그는 “우리보다 도입이 늦었던 일본이나 대만이 제도화되는 것을 보면 아쉬움이 크다. 한국은 이제야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운동이 왜 잘되지 않나’ 속상할 때도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4월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사업 지원 기관으로 보건복지부는 가톨릭 강남성모병원,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광주기독병원 등 21곳을 선정한 바 있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들을 위해 선진국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호스피스제도 도입을 위해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관계법령이나 수가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은주씨는 “이상적 형태의 독립 호스피스센터가 건립돼 죽는 이는 사랑과 행복 속에 마지막 순간을 맞고, 남아있는 이들은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도록 선진 제도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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