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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아들 모습에 어머니가 눈물을…"
[ 2007년 02월 12일 03시 08분 ]
지난 6일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 도중 할복을 기도하며 결연한 의지를 표출했던 서울시의사회 좌훈정 공보이사
[사진]
가 사건 이후의 심경을 고백해 관심을 모은다.
좌훈정 이사는 최근 서울시의사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할복 이후 겪었던 심적 고충과 향후 행보에 대해 담담히 기술했다.
좌 이사는 특히 자신의 할복 기도로 인해 어머니와 자녀들이 받았던 정신적 충격에 괴로움을 표하며 가족들의 걱정이 헛되지 않도록 투쟁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사건 이후 어머니가 전화기를 부여잡고 펑펑 우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난 네가 옳은 일을 하느라고 그런 줄 믿는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라 말씀 하셨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머니는 배를 가른 자식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의 심정을 이해해 주셨다.
좌훈정 이사는 사고 당일 병원으로 달려온 아내와 두 딸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어린 두 딸과 아내를 둔 가장이 피를 흘려서라도 뭔가 말 하고자 했을 때는 한 번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마땅한 일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좌 이사는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개정을 예정대로 추진하려는 유시민 장관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당신은 의사들을 잘못 봤다. 의사들은 명예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수가 협상 같은 것은 돈에 관계된 것이라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참고 견뎠지만 이번은 다르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의사로서 최후의 보루인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쉽게 억누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 못가 큰 오산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좌훈정 이사는 "죽을 각오로 싸우다보면 머지않아 국민들도 의사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이라며 "정부도 언젠가는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좌 이사는 특히 "어머니의 눈물이 헛되지 않게 싸우고 또 싸울 것"이라며 의료법 개정 저지를 위한 투쟁 의지를 다졌다.
◐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십니다" ◑
1990년대 초로 기억합니다. 당시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연쇄로 분신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던 대학생들의 요구가 제대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순수한 뜻도 오히려 좌경용공으로 매도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사회의 관심을 촉발시키기 위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던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분신이라는 것은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당시 대학을 다니던 저 역시도 그렇게 처절한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서 건강한 몸으로 투쟁을 해야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살아남은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그러한 극단적인 방법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록 전부는 아니라도 조금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자신의 뜻을 알리고 싶었으면 또 얼마나 가슴이 답답했으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말을 하고 싶었을까. 하지만 지금도 그러한 선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학생들의 그러한 희생이 쌓이고 또 쌓여 그렇게 바라던 민주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했던 학생들은 죽거나 중증 장애인이 되었지만 민주화 투사라고 자처하던 학생운동의 지도자들은 지금 정치권에서 한 자리씩들 꿰차고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그들이 그렇게 욕하고 손가락질 했던 정부의 지도자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따라 동료들의 피로 얼룩진 권력을 사리사욕에 의해 휘두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유시민장관님에게 단 한 마디만 묻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몸을 불태울 때 무엇을 했느냐고. 또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무엇을 하고 있냐고.
2월 6일 저녁, 강남성모병원으로 달려온 아내와 큰딸에게 애써 괜찮다는 표정을 지을 때 아직 만 세 살이 채 되지 않은 큰 딸이 울먹이면서 말하더군요. “사랑하는 아빠, 많이 다쳤어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 딸은 차마 데려오지 못했었습니다.
어린 두 딸과 아내를 둔 가장이 피를 흘려서라도 뭔가 한 마디 하고자 했을 때는 한 번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마땅한 일이 아닐까요.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반대를 할 때는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제 어머니는 칠십 여 평생을 육남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당신의 편안과는 거리가 먼 분이셨습니다. 아버지가 뜨거운 사막에서 십 년 가까이 가족들과 떨어져 일하시며 벌어온 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어머니가 삯바느질을 해가며 자식들을 공부시켰습니다.
중학교 다니던 막내 동생을 사고로 잃고 가슴에 묻으시고도 다른 자식들이 상심할까봐 애써 눈물을 감추던 분이셨는데 이번에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펑펑 우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난 네가 옳은 일을 하느라고 그런 줄 믿는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시민장관님, 당신은 저를 잘못 보았습니다. 저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끝까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나갈 것입니다. 아니, 목숨을 버려서라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유시민장관님, 당신은 의사들을 잘못 보았습니다. 의사들은 명예를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수가 협상 같은 것은 돈에 관계된 것이라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참고 견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릅니다. 의사로서 최후의 보루인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쉽게 억누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 못 가 크나큰 오산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힘을 모아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다보면 언젠가는 언론에서도 우리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할 날이 올 것입니다. 또 머지않아 국민들도 우리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동료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얄팍한 권력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오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어머니의 눈물이 헛되지 않게 싸우고 또 싸울 것입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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