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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후폭풍 제약계 "이번 기회에 바꿔"
[ 2007년 04월 02일 22시 00분 ]
우려했던 한미 FTA가 타결되자 제약업계에서는 당장 입게 될 손실계산에 주판알을 튕기면서도 생존을 위한 전략 모색에 나서는 분위기이다.

업계에서는 한미 FTA 의약품 분야가 당초 예상과 큰 차이 없이 타결되자 “최악의 상황에 닥쳤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제도의 틀을 바꾸자”며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FTA 의약품 분야 타결된 쟁점 중 업계에 당장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허가-특허 연계제도와 품목허가시 제출된 자료보호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특허기간 중 특허를 침해한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출시되지 않도록 원개발자가 제네릭 업자에게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제네릭의 허가절차가 자동정지되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되기 전 제네릭이 출시될 경우 원개발자가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해도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당 제네릭의 판매에 아무 걸림돌이 없었지만 새 제도에서 원개발자는 제네릭사가 허가를 신청함과 동시에 이 사실을 통보받게 되며 특허침해소송이 끝날 때까지 제네릭은 시장에 나올 수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허가진행 소요시간이 길어 자동정지 기간이 30개월인데 국내에서는 이를 4~6개월로 단축시켜 제약업계 손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제네릭 회사들이 특허기간에도 유사의약품을 만들어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판매가 가능했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제네릭 출시가 늦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사들은 기존제도의 틈을 교묘히 이용, 재미를 봤었지만 이제는 원천봉쇄됨에 따라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의존도가 큰 소규모 제약사의 경우 당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료의 보호는 품목허가시 제출된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최소 5년간 타인이 원용해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복지부 측은 국내에서는 95년 도입된 재심사 제도를 통해 품목허가시 제출된 자료를 6년간 기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료보호와 관련해서는 현실과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에는 자료보호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 제네릭 회사들이 자료를 빼내 한발 더 빨리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었지만 이번 협상으로 자료보호에 대한 관리가 더 엄격해짐에 따라 제네릭 출시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기술 노하우가 있는 회사들은 음성적인 통로로 자료를 빼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 여력이 없는 회사들은 제네릭 출시가 늦어져 당장 닥칠 손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허가-특허 연계 및 자료보호 등 새로운 제도하에서 당장 업계의 손해가 예상되지만 기존에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경쟁력을 키워 발전적인 생존전략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안소영 변리사(안소영 국제특허볍률사무소 대표)는 “허가-특허 연계제도 및 자료보호는 제도선진화를 위해 당연히 도입돼야 하는 제도며 제약업계에서도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경쟁력을 키워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존에 국내제약업계에서 특허 및 자료보호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였기 때문에 국내사들이 허점을 이용해 매출을 올렸지만 이번 기회에 선진화된 제도에 적응해 경쟁력을 키우면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안 변리사는 “국내사들은 신약분석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당장 입을 손실을 계산하고 있지만 당장 특허분석능력만 확충해도 큰 소득을 볼 수 있다”며 “현재 유명무실한 국내사 특허팀은 부실특허 찾기에 주력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약협회 관계자는 “국내제약사들이 그동안 신약개발능력을 키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장사에 신경쓰느라 이를 소홀했기 때문에 현재 위기에 닥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FTA 타결 이후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약개발능력을 꾸준히 키우면서 정도 영업을 해왔던 회사는 유리할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상적인 시장이 조성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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