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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다 몸도 마음도 더 아픈 외과의사들
[ 2007년 05월 02일 21시 10분 ]
“명색이 환자의 병을 고친다는 의사가 어디 가서 아프다고 말한다는 게 낯 뜨겁더라. 동료 의사 중에는 이를 숨기고 혼자서 앓다가, 큰 병으로 악화되기 까지 했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10시간을 훌쩍 넘는 수술까지 외과의사들은 체력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부딪힐 때가 많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꼭 붕대로 종아리를 감는다. 나만의 노하우다. 만약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장시간이 걸리는 수술 도중 종아리 혈관은 다 터져 버린다.” 가톨릭의과대학 강남성모병원 이명덕 교수는 외과의사는 일종의 ‘육체노동자’나 다름없다고 했다.

수술 환자 예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외과의사가 해야 할 일. 그러다 보니 의학도들이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까. 수술 기술을 익히는 데 오랜 수련 기간이 소요되면서도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다 보니 외과의사의 경우 50대 중반을 넘기면 체력이 급속도로 ‘하강’ 곡선을 그린다.

피라미드 인력구조, 1인 4역 '외과의사 운다'

한창 ‘외과 전문의로서 꽃’을 피우는 시기로 40대 후반 무렵에서부터 50대 초반을 꼽는다. 그런데 외과 전문의가 줄어들고,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1인 4역을 하다 보니 이들의 건강상태에 ‘적신호’가 깜박거리고 있다. 이명덕 교수는 “의사로서의 수명은 짧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적합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나이 일흔을 훌쩍 넘어 진료를 하고 있는 내과 의사와 차이가 없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몸은 몸대로 갉아 먹는데 사실상 의료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기는 짧다”는 얘기다. “이제는 술 마실 돈도 없다”며 진담섞인 농을 한 그는 외과의들이 ‘술 잘 마신다’는 소리도 이제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지만 상황은 너무도 심각하다. 외과 전문의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가톨릭의대의 경우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이미 부족한 전공의를 대신해 야간당직 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10년째 야간당직을 서고 있는 교수도 있다.

건국대병원 외과 김지수 교수는 “환자의 입원에서부터 수술, 수술 후 관리, 퇴원에 이르는 과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응급실 외과 환자 진료 등도 교수의 몫으로 돌아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손 떨리고 노안까지, 무엇이 그들을 괴롭히나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외과 전해명 교수는 또 다른 고민을 털어놨다. 수술할 때 손이 떨린다는 게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 그래도 어쩌겠냐면서 체념한 듯한 그의 말투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체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데다 업무 과부하로 피로는 쌓여만 가고 거기다가 노안도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이다.

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은 외과 전문의 부족 현상으로 파급되고 이는 곧 외과 의료진 구성 노화로 이어진다. 이명덕 교수는 “10년 후에 내가 나이를 먹고 아파 누웠을 때 어떤 외과의사가 나를 치료해줄 수 있을지, 내 손자가 아프면 또 그때는 어떤 외과의사가 수술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들락날락’하는 불규칙적인 식사도 외과의사들에겐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이제 김밥이라면 지긋지긋하죠. 다 비벼지지도 않은 채 짜장면을 먹는 일도 다반사에요”라고 그저 일상화된 얘기라고 건네고 마는 건국대병원 외과 김지수 교수.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어요. 모든 생활이 수술 시간에 맞춰서 돌아가니까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당장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불규칙적인 식사로 인한 건강 상태가 우려가 되긴 하지만요.”

잦은 의료사고 논쟁과 환자 보호자의 폭력으로 인한 공포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외과의사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한양대병원 권성준 교수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도가 높은 데다 응급 상황이 많아 항상 긴장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과의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임이 늘어갈 때마다 체력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보다 더 아파” 외과 개원의도 건강지수 제로

환자보다 더 아픈 개원 외과의사들도 잠복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동대문구 A병원장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환자 진료하기 바쁘다. 집에 퇴근하면 간단한 인터넷 검색과 9시 밤 주요 뉴스를 보자마자 피곤을 못 이기고 바로 잠에 든다. 또 다른 B병원장은 병원 양극화에 의한 ‘병원 부도공포증’에 시달리다가 최근 스트레스성 위궤양이라는 병을 얻었다.

퇴근 후에도 이 병원장은 병원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비즈니스 서적까지 밤늦게까지 탐독하다보니 몸이 말이 아닐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C병원장은 “얼마 전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퇴원 후에도 환자들을 진료를 하고 있는데, 시술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족으로 인한 민원성 항의로 심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래도 강한 외과의사, 태풍을 이겨라

강남성모병원 이명덕 교수는 그나마 일주일에 두세번 찾던 헬스클럽을 가본지도 오래됐다. 요즘은 수술 때문에 빈틈이 없어지면서 돈을 내놓고도 못 간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사실 가입해 놓고도 못가면 얼마나 돈이 아깝겠냐 싶어서 아예 포기해버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교수는 "운동 할 기회는 되도록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오히려 외과의사들이 자신들의 체력 관리에 더 관심을 기울일 지도 모를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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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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