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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그래도 살려야!" 분주한 병원들
[ 2007년 05월 03일 02시 30분 ]
낮은 수가, 의료사고 위험, 가혹한 노동 강도 등으로 외과를 기피하는 의대생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련을 마친 후 개원을 해도 소위 ‘돈이 되는’ 진료는 이미 포화상태이며 병원에 남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단적으로 외과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는 말이 들려오는 시대. 수련보조수당 등 정부의 지원이 마련된다고 해도 미래를 생각해 외과를 기피한다는 의대생들에게 별다른 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낮아지는 전공의 지원율과 맞물려 수련을 담당하는 병원과 외과교수들의 답답함도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실정. 외과를 지원한 전공의들에게 새로운 수련환경과 각종 지원을 확대하는 병원들의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편집자주]

“강도높은 노동, 조금이라도 줄여준다”

외과를 기피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혹독한 노동 강도. 외과 전공의들은 수 시간씩 이어지는 수술 후 다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등 외과의 노동강도는 전체 진료과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고 있다. 이에 병원들은 우선 외과를 지원한 전공의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성모병원, 아주대병원 등 많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전문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술 및 진료실에 전문간호사와 PA(Physician Assistance)를 배치해 전공의들에게 부가적으로 주어지는 업무를 덜어주고자 하기 위한 조치이다.

각 년차별로 업무를 분장해 1년차부터 과중한 업무가 부가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장시간의 수술과 진료가 병행되지 않도록 연차를 구분해 수술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역시 전공의 1년차와 인턴의 진료연계를 통해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 박규주 과장은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로 힘들어 한다는 점에서 업무량을 줄여주는 데 주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업무량을 간소화하기 위해 현재 일부 파트별로 배치된 전문간호사와 PA를 더욱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원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외과 전공의가 수련을 마친 후 개원에 즉시 적용될 수 있는 수련과정을 확대하는 병원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함께 외과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진료과정을 나눠 전문적인 수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병원들도 등장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에게 초음파, 내시경 등을 충분히 수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등 개원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건대 병원 역시 대장항문 분야 등 외과 분야 가운데서도 개원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진료를 교육 프로그램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안암병원 김종석 과장은 “현재 외과의 경우 개원 후에도 특별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난이도 높은 수술뿐만 아니라 개원에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시술에 대한 교육을 통해 실질적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대안산병원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수술을 거치지 않고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모의 수술 프로그램 ‘E-Rap’을 구축하는 등 ‘E-러닝’을 통해 전공의들이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수술 등을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공의들은 4년에 걸쳐 배우던 교육 과정을 1~2년으로 단축, 과거에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술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개원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병원의 설명이다.

안산병원 박정율 교육수련위원장은 “이제는 외과도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의들을 교육해야 한다”며 “외과가 외과로만 끝나지 않도록 종합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 해외연수 등 당근도 아낌없이”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병원들이 외과를 활성화시키지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이다. 이를 통해 외과를 회피하려는 의대생들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붙잡아 두려는 것.

지난 97년부터 가톨릭의료원은 본과 4학년 가운데 외과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에 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성모병원 20, 21대 병원장과 외과 주임교수를 역임한 故 주상용 교수의 유지를 이어 유가족이 기탁한 기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전해명 과장은 “장학금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병원이 전공의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부분까지 지원하는 것이 방침”이라고 전했다.

고대의료원은 현재 외과 2년차들을 중심으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해외 의대에서 1~3달 동안의 단기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다양한 교류와 학문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자 하는 것이 의료원의 뜻이다.

“생명을 다루는 진료를 인정해줘야 한다”

이처럼 병원들이 독자적으로 외과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무너지는 외과를 붙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생명을 다루는 외과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병원들의 노력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차성재 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외과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병원의 개별적 노력이나 인기를 높이 위한 아이디어는 결국 시류에 휩쓸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 교수는 “이제는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선뜻 외과를 지원하라고 권하기도 민망한 실정”이라며 “오히려 외과 의사들이 소신을 가지고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구 3~4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암 환자가 증가하는 등 외과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외과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대병원 박규주 교수는 “암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과가 무너질 경우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국가가 인식해야 한다”며 “외과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특히 “외과에 대한 지원이 한정된 재정에서 타 과의 몫을 빼앗아 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며 “보건의료 환경의 전반적인 재정비를 통해 외과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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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준기자 pdj3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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