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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때 외과 같지는 않겠지만…"
[ 2007년 05월 03일 02시 31분 ]
최근 외과를 선택한 아들 덕분에(?) 강북삼성병원 한원곤 원장
[사진]
은 본의 아니게 더욱 유명세를 탔다. 한 원장 자신이 아버지를 따라 외과의사가 됐고 이제 그의 아들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이어 외과의사가 된 것이다.
아들이 외과의사를 선택, 3대째 외과 끈을 이어가고 있는 한 원장에게 혹자는 “아들이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해서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법도 하다. ‘수술장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비인기 기피과로 전락한 외과의 현실을 고려해 ‘외과 간다는 아들이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에서 던진 물음이다. 그러나 오히려 한 원장은 “아들에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좋았고 뿌듯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 원장 자신이 그랬듯 그의 아들 역시 “외과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고 외과의사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외과의사 자부심 3代째 이어가
한원곤 원장은 ‘의사’가 아닌 ‘외과의사’가 되고 싶어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외과의사인 아버지가 수술하는 모습을 몰래 보면서 ‘외과의사’가 되겠다 생각했다. “장갑 끼는 모습도 멋있었고….” 아버지의 영향으로 무작정 외과의사에 매력에 느꼈다는 한 원장. “머뭇거리지 않고 내 아들이 외과를 선택한 것을 보면 아마도 아버지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했다.
대(代)를 이어가는 외과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 원장은 그것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는 자부심”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아버지가 외과의사 하실 때 물론 우리 때까지만 해도 그랬죠. 돈은 중요치 않았어요. 무급으로 10년을 일해도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었죠. 과거 외과의사들에게는 ‘20년 박봉으로 일해도 인정 받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 ‘인정을 받은 후 개원해도 남들이 30년동안 번 돈을 3년만에 벌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어요.”
한 원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돈 생각하면 외과의사 못한다”며 돈 보다는 ‘명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과거 외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그는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 역시 변화하면서 외과의사들의 경험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가장 큰 차이는 “환자와의 관계”라고 말했다.
"환자와 관계 예전과 많이 달라 외과의사 경험도 과거와 다를 것"
“우리 아버지가 외과의사였을 때는 ‘생명의 은인’이라며 치료비 대신 고구마를 갖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때마다 가족들과 감사인사를 전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죠. 저한테도 20여년을 한결같이 찾아와주는 환자들이 있어요. 그 때 살려줘서 고맙다고. 아버지 때보다는 적지만.”
한 원장은 과거 의사와 환자들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한 생명을 살려냈다는 보람이나 자부심’은 요즘에는 거의 느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개인의 성격 탓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 원장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게 외과의사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인데”라며 “내 세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들 세대에서는 점점 이러한 경험은 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원장은 외과가 ‘화려했던 과거’, ‘몰락’, ‘쇠망’ 등의 단어로 수식되는 것을 거부했다. “외과는 사라지지도 몰락하지도 않는다”는 확신이다. “침체기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외과의 안과와 같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라질 수 없다”며 한 원장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외과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외과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그는 조언했다.
외과 몰락 없어…생명에 대한 책임감 갖춰야 진정한 서전
“수술 중에 외과 레지던트 1년차에게 혈액을 구해오라고 시켰다고 합시다. 그 때 ‘왜 이런 것을 나한테 시키냐’고 불평하기보다는 ‘내가 뛰어서 5분 10분 먼저 혈액을 구해온다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레지던트라면 충분히 훌륭한 외과의사가 될 것입니다. 급박한 상황을 안다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내 일, 남의 일’ 따지지 않고 혈액을 구하기 위해 뛰어야겠죠. 외과의사의 가장 기본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는 것입니다.”
한 원장은 “성공을 돈벌이로 논한다면 외과의사는 제외되겠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알고 있는 의사라면 충분히 성공한 훌륭한 외과의사가 될 것”이라며 ‘외과의사로서 자부심’을 잊지 않기를 아들과 같은 후배들에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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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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