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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위상과 돈' 연대 의대의 고민
[ 2007년 05월 13일 21시 35분 ]
최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일 학장은 의대의 현 위치를 객관적으로 평가 받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하지만 성적은 서울의대와 쌍벽을 논하는 연세의대 위상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게 나왔다.

연구 실적(SCI급 논문발표)이 서울대 의대와 성대 의대에 이어 3위로 나온 것. 1등도 시원찮을 판에 한 교수는 "처참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일각에선 3억여원의 비용을 들여 치부를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반면 당연한 결과라는 수긍 분위기도 감지됐다. 진료량에 관한 국내 대학병원 중 둘째 가라면 서러운 상황에서 연구에 매진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럼 서 학장은 왜 이렇듯 당연한 결과를 외부 용역까지 주면서 보고서로 작성했을까? 의대 교수들은 서 학장이 재단 전입금을 높이기 위해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했다.

서울역 앞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수익과 의료원 수익을 의대 연구비로 활용하기 위해 의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재단에서 관리하는 건강증진센터 임대료 등의 수익 중 의대 전입금을 높이고, 또 의료원 수입 부분에 대해서도 직원들을 설득할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재단과 노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서 학장으로선 어쩌면 상당한 부담을 떠안고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짜낸 셈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서울대병원과 재벌병원으로 일컬어지는 삼성·아산병원을 비롯해 타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의대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서 학장은 워크숍이나 각 종 세미나에서 수차례 의대의 어려운 상황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의대 교수들 역시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 재단 전입금만으로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것.

하지만 당장 의료원의 암센터나 용인 기흥지구 진출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기부금 등을 제외하면 ‘자급자족(自給自足)’해야 되는 의료원 입장에서 의대 투자를 늘리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시설투자는 바로 가시적인 결과(수입)로 이어지지만 연구의 경우 실적이 나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원으로선 설비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셈이다.

그러나 당장의 수입보다 대학은 물론 의대나 의료원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될 것인지 대학은 신중히 검토해야 될 듯 싶다.

표적 치료제, 혈관속을 헤엄치는 로봇 등 향후 10년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하는 의학을 생각해볼 때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연세의료원의 권리이자 의무는 단순히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의료계의 선구자로서도 말이다.

우선 연세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략으로 제시한 것처럼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될 것이다. 더불어 교수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도 마련하고, 연구와 관련된 인센티브 도입도 고려할만 하다. 물론 부담이 크겠지만, 향후 10년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다.

지훈상 의무부총장이 삼성경제연구소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히며, 도약을 위한 과감한 정책결정을 강조한 만큼 연세대 의대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박진섭기자 phonmuzel@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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