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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0.1% 수재들에게도 관심 절실
[ 2007년 05월 31일 21시 55분 ]
"2004년 의과대학 학장이 된 이후 지금까지 4명의 의대생이 자살을 했다." 소위 전국에서 '날고 긴다'는 대한민국 수재들이 모인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이야기다. 또 의과대학생들은 우울증과 자살위험의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유급제도로 상당한 심적 부담 속에서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야 하는 의과대학생.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제 더 이상 학교가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제기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제21차 의학교육학술대회 '의학교육에서 학습부진의 현상과 대책'을 지상 중계하며 이들의 문제제기를 따라가본다.
[편집자주]
[1]"낙제자 방관, 0.1% 수재를 인생 낙오자로"
[2]"눈에 안띄는 부적응자도 큰 관심 기울여야"
정명현 한국의학교육학회장은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자살하는 의과대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조금만 도와주면 금방 나아질 수 있는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의학교육에서 학습부진의 현상과 대책'이라는 자칫 소홀해 질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다.
그만큼 의과대학생들이 느끼는 '낙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의과대학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고민,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이어 정 회장은 "모든 의대에 유급제도가 있으니 전국 41개 의과대학에는 약 10% 내외의 낙제자들이 있는 셈"이라면서 "이번 주제로 학술대회를 한다고 하니 의과대학장들 대부분이 너무 반가운 주제라고 적극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의학전문대학원 등의 의학교육 정책,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절실한 '학생'들의 문제를 논의할 자리가 없었다는 의미다.
"年 40명 의학공부 포기"…상담 제도화 30~40% 불과
이번 학술대회에는 대학생들의 학습 부진, 최근 학습부진에 대한 연구 동향 등 이론적인 부분도 발표됐지만 실제적인 수치를 근거로 학생 상담 사례도 발표돼 현실적인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특히 전우택 교수(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는 전국 41개 의과대학의 유급·휴학·중도탈락률을 조사, 실제 학생들의 고민을 전달했고 함봉진 교수(서울의대 정신과)는 '2006년 전국의과대학생 정신건강실태조사'를 통해 의과대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전우택 교수는 지난 4~5월 전국 41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유급·휴학·중도탈락률 및 학습부진자 상담 실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20개 의과대학이 설문에 응답했는데 그 결과, 유급·휴학·중도탈락률은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의 경우 평균 10% 내외, 2학년 8%, 3학년 3~4%, 4학년 2% 정도로 나타났다. 학습부진자 상담은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권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제도화 한 대학은 유급일 때 32%, 자퇴일 때 40%로 일부에 그쳤다.
전 교수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자퇴나 제적으로 의학 공부를 완전히 포기한 학생들은 연평균 40명씩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고등학교 때까지 '수재'라는 말을 들었던 최상위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와서 왜 이런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학교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 제기했다.
"의대생 우울증·자살위험 빈도 높아"
이같은 실태는 함봉진 교수의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함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전국 의과대학 본과 1~4학년 학생 1만4095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자살위험 빈도 및 위험요인 등에 대해 조사, 분석했다.
총 37개 대학 7135명이 응답했는데 이들 중 1649명(23.1%)는 휴학, 평점 2.0미만, F학점, 유급 등 4가지 학업문제 중 1개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F학점으로 어려움을 겪은 의과대학생은 995명(13.9%)이었으며 평점 2.0미만은 900명(12.6%), 휴학은 797명(11.2%), 유급은 744명(10.4%) 순이었다.
우울증 유병률(주요우울장애+경도우울장애)은 1개월 5.3%, 6개월 9.8%, 1년 12.9%, 평생 20.0%로 나타났는데 우울증의 영향으로 '전공-적성 적합도가 나쁨', '대학 생활 적응 나쁨' 등이 높았으며 '평점 2.0미만', '유급 경험'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우울증은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자살 시도 동기 중에는 비학업적인 부분도 컸지만 '학습부진'도 26.3%를 차지했다. 또 의대생 75.1%는 우울증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정신건강 관리 현황은 아직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대학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됐다.
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요청이 있을 때 상담을 하는 수동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었다. 정기상담이나 상담을 제도화하는 경우, 또 담당교수가 상담 교육을 받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상담기구 인력 현황에서도 신경정신과 교수가 겸임을 하고 있었고 상담·임상심리 전문가를 둔 대학은 1곳 뿐이었다.
함 교수는 "의과대학생들은 우울증 및 자살시도 빈도가 높고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며 "전문적 치료 등 의과대학에서 학생들 정신건강 관리 수준은 매우 낮았다"고 정리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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