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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생 의대생' 공부에 전력하도록
[ 2007년 06월 01일 02시 47분 ]
"2004년 의과대학 학장이 된 이후 지금까지 4명의 의대생이 자살을 했다." 소위 전국에서 '날고 긴다'는 대한민국 수재들이 모인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이야기다. 또 의과대학생들은 우울증과 자살위험의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유급제도로 상당한 심적 부담 속에서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야 하는 의과대학생.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제 더 이상 학교가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제기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대한의학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제21차 의학교육학술대회 '의학교육에서 학습부진의 현상과 대책'을 지상 중계하며 이들의 문제제기를 따라가본다. [편집자주]

[상]"낙제자 방관, 0.1% 수재를 인생 낙오자로"
[하]"눈에 안띄는 부적응자도 큰 관심 기울여야"

"의과대학생들은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고 모두 공부를 잘하는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오해한다. 또 이들은 자기들의 문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여기며 타 전공 영역 교수들에게 의대생들은 '꿈의 학생'이다." 전우택 교수(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는 의대생들에 대한 오해를 이렇게 지적했다.

이어 전 교수는 "그러나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그렇게 똑똑하다는 학생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며 의대생들의 학습 부진 원인을 학생과 학교로 나눠 발표했다.

'재미없는 시험 공부' 뿐인 의대 교육

전 교수는 학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의과대학생들의 원인에 대해 5가지로 분리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학원과 과외에 길들여져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 ▲주변에서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떠밀려 의대에 입학해놓고 흥미가 없으니 진짜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 ▲타 학과에 비해 진로가 정해졌다는 안도감 속에서 예과 때 실컷 놀다가 본과 때에도 자기 절제•자기 관리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 ▲이혼 등의 가족관계 문제나 동기들과 비교, 열등 의식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 ▲과거 성적에 대한 기억과 환상을 갖고 생애 최초로 낮은 등수를 받은 충격에서 자신을 무능한 존재로 여기고 결국 학업 포기 상태도 들어가는 경우 등이다.

전 교수는 "하지만 학습 부진 원인은 학생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대부분 의대생들이 새벽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시험 때는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데 과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의대생이 되고 있는지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전 교수는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데 '시간 요소의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대 교육은 어느 시기에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 엄격하게 구분돼있지 않아 학생들이 기형적인 과도한 학습 분량을 소화하게 하고 있다는 것.

"의과대학, 레지던트, 전문의 취득 후 등 각 시기별 학습 목표가 점검되고 교육 내용이 재조정된다면 과도한 학습 분량에 압도돼 나타나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 교수는 제안했다.

의사국시·전공의 선발 방식 변화, 학습 부적응 해결법

두 번째로 학생들에게 '더 재미있는 시험공부'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전 교수는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더 깊이 있게 학습하도록 만드는 시험이 필요하다"며 국내 의사국시와 USMLE를 준비한 학생의 경험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은 '암기된 결과'를 묻지만 USMLE는 '향후 조치해야 할 과정'을 중심으로 기초학 내용과 연계해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는 학생의 말을 전하며 전 교수는 "대학이 지식 전달에만 목표를 둔 교육 철학을 갖고 있다면 평가도 단순 지식 암기에만 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의과대학 교수들이 동의를 표시했는데 향후 의사 국가시험에서 확장결합형(R형) 문항이 확대된다는 방침이 '암기 위주'의 의과대학 교육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 김문식 원장은 "재미있게 시험 공부를 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R형 문항"이라면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 국시를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전공의 평가에서도 지필고사 성적 외에도 연구 논문,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 '창의적인 영역'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최고 수준의 학생들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의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급, 휴학, 우울 등으로 '눈에 보이는 학습 부진 학생'들을 위해 의과대학 특성에 맞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실 운영을 시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계발 부진학생'도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궁극적인 결론.

이에 대해 전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모든 해결책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면서 "의사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존경받고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를 적어도 의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의학교육 안에서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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