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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한 배 못타는 국내·외자제약사
[ 2007년 06월 26일 22시 05분 ]
최근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가 연이어 공정거래 준수 지침을 발표하며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한 53개 국내사는 ‘병원 발전기금 기부 및 리베이트성 학회 지원 금지’를 첫 중점과제로 내세웠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세계제약협회연맹 윤리경영규약의 글로벌 기준에 맞춰 ‘경조사비 현금 지급 금지 및 PMS 건수 상한선’을 규정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산업 실사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눈치보기라는 시선도 있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된 불공정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는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가 공표한 중점과제는 서로의 불법행위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내사들의 중점사항 중 하나인 학회 지원의 경우 실제 현장에서는 국내사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제약사가 더욱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안이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학회 지원보다도 더욱 심각하고 뿌리 깊은 관행이 허다하며 학회 지원은 다국적제약사의 폐단이 더 큰데도 첫 수행과제를 굳이 학회 지원으로 결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번에 보완된 다국적제약사의 공정거래 윤리지침 타깃은 국내제약사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영업현장에서 의사 및 가족들의 경조사비를 지원해주는 경우는 다국적제약사보다는 정(情)을 앞세운 국내사들의 전통적인 영업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

PMS 건수 상한선은 다국적제약사 회원보다는 국내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보인다. 주로 신약의 PMS를 진행하는 다국적제약사보다는 국내사들이 개량신약 및 제네릭의 PMS를 판촉전략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각종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같은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국내사와 외자사가 다소 다른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근절하자는 노력을 기울임에 따라 의료계에서도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

양 측의 중점사항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병원 발전 기금은 다국적제약사로부터만 기부받을 수 있으며 경조사비는 국내사들만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PMS 건수의 경우 다국적제약사는 상한선을 두지만 국내사는 상한건수 제한이 없다는 점은 PMS를 진행하는 의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국내외 제약사를 막론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진정으로 공정거래를 정착하려면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는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기보다는 손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양 측은 공정거래 정착이라는 공통목표 아래 함께 보다 현실적이고 통일된 사안을 내놓음으로써 일각에서 제기되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킬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뿌리 깊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근절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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