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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진단수수료' 기준이 없다
[ 2007년 07월 26일 03시 40분 ]
'천차만별 진단서 수수료'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임시방편에 불과한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진단서 수수료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직무 회피 및 태만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병원이 진단서 수수료를 게재, 환자가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 제61조 진료비용 등의 고지 2항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로부터 징수하는 제증명 수수료 비용을 게시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진단서 수수료가 통일돼 있지 않고 오히려 각 병∙의원마다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편집자주]

그러나 이번 조항에 대해 각계 관련 전문가들은 “현실을 여전히 방관만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천차만별 진단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가 합리적인 진단서 수수료 상한기준안을 마련하는 것인데 여전히 의료기관 자율에만 맡겨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제든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는 셈인데 이는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라는 것.

더욱이 정부의 방관적인 태도로 그 피해는 소비자는 물론 의료기관에까지 미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진단서 발급 비용 자율기준은 1995년 3월1일 보건복지부 기준안에 의거해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임의로 진단서 발급 수수료를 정하고 의료보수표에 포함시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여기에 ‘천차만별 진단서 수수료’ 문제의 핵심이 있다. 바로 1995년 만들어진 기준안이 지금까지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0여년의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안은 자연히 ‘현실에 맞지 않는 가이드라인’으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의료기관은 마땅한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진단서 수수료를 책정하게 되면서 각 병∙의원마다 수수료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서울시의사회 ‘5억 과징금’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진단서 수수료를 담합해 인상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5억원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고 과징금 액수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사업자 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이고 실제적인 행정처분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공정위는 “서울시의사회가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100% 인상 기준안을 작성해 일선 병∙의원에 배포했다”며 “의사회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문서를 보낸 것은 진단서 수수료 인상을 강요한 것이고 이는 담합행위”라고 해석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현실화시키지 않고 있어 의사회가 직접 나서 현실적인 기준안을 만든 것”이라며 “이를 담합행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금까지도 서울시의사회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 5억 과징금 전액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진단서 발급 비용이 병원이나 제출 기간, 제출처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현실만 보면 당연히 병∙의원이 도둑놈”이라면서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현실적인 기준안을 제시해달라고 의료계는 숱하게 요구했지만 복지부가 이를 외면했다”면서 문제의 발단은 정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의료기관은 복지부의 책임 회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이러한 피해가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 의료기관과 국민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형병원들이 진단서 발급 수수료로 3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강기정 의원(열린우리당)의 발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한 대형병원 관계자도 “장당 가격에만 초첨을 맞춰 의료기관을 공격하는데 솔직히 사정을 알면 그렇게 일방적인 비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단서 수수료가 다를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고 많은 검사가 필요하는 등 내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금액만을 보고 ‘폭리’라고 하는데 속이 상할 정도였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결국 ‘무용지물 가이드라인’ 때문에 환자는 환자대로 의료기관은 의료기관대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인데 특히 의료기관들은 ‘일방적으로 부도덕하다고 매도당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답은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단서 수수료는 비급여 부분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답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의료계의 요구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진단서 종류 및 제출처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준을 제시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진단서 수수료 자체가 법적으로 비급여 영역으로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각계 관련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한결같다.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해 상한기준안을 제기하거나 혹은 진단서 발급 표준 비용이나 가격 범위를 설정해 표준 수수료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천차만별 진단 수수료 문제’, 분명한 해결책이 제시된 만큼 이제 정부가 답변할 차례다.

[이 내용은 계간지 데일리메디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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