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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영업사원, '공생을 넘어…'
[ 2007년 07월 27일 03시 40분 ]
제약산업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와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다소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700개가 넘는 국내제약사들은 유사한 제품으로 주 소비자인 의사를 공략하고 있으며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는 의사들은 생산자들의 기형적인 과당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다수 의사들은 ‘양질의 의약품을 선택,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제약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의사들과 영업사원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빈번해지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진료실과 진료실 밖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의사와 영업사원간의 음성적인 행태와 거래를 집중분석한다.[편집자주]

[사례 1]여자 영업사원의 당황

첫 직장으로 제약회사에 들어간 A씨(여)는 경기도 성남시 B의원을 출입처로 배정받으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A씨는 B의원이 첫 거래처인 만큼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영업업무에 매진했으며 50대 B원장은 이러한 A씨에게 “며느리 삼고 싶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 원장은 아직 의약품과 관련 지식이 부족한 A씨에게 “전문지식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득,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함께 공부하기로 했다. 한 달 정도 점심시간을 이용, 함께 공부를 한 후 원장과 A씨 사이에 친분이 어느 정도 쌓이자 이 원장은 저녁을 같이 하자고 권유했으며 그 후 마련된 저녁식사자리에서 이 원장과 A씨는 1차로 고기와 소주 약간, 2차로 맥주 몇 잔을 마셨다.

이 원장은 맥주를 마신 후 집으로 가려던 A씨에게 “영업사원들은 의사들을 상대하려면 노래방 갈 일이 많다”며 노래방을 같이 갈 것을 권유했으며 A씨는 이 원장의 권유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딱히 거절할 수 없어 단 둘이 노래방에 가게 됐다.

A씨에 따르면 노래방에서 단 둘이 있게 되자 이 원장은 A씨에게 자꾸만 옆으로 다가오며 신체적 접촉을 가하더니 갑자기 껴안으며 “한꺼번에 많은 것을 도와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친하게 지내면 처방을 모두 밀어주겠다”고 A씨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했다.

당황한 A씨는 불쾌한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며 이후 그 의원에는 두 번 다시 출입하지 않았다. A씨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 성추행으로 신고해도 분이 안 풀릴 상황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영업사원과 회사가 피해를 볼까봐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례 2]유혹에 넘어간 의사

서울에서 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어느 날 한 다국적제약사에 근무하는 D영업사원(여)이 이 원장을 비롯해 병원 직원들에게 회식 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제의,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약속 시간에 같이 근무하는 의사 및 간호사들과 함께 회식 장소에 가려던 C원장은 마침 C원장을 데리러 온 D씨가 “간호사들은 남겨두고 선생님들만 자리를 하고 싶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동료 의사들끼리만 회식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간단한 저녁식사 후 주점에 자리를 잡은 C원장을 비롯한 일행들은 돌변한 D씨의 행동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서인지 D씨가 노골적으로 의사들에게 접대를 하고 나선 것. D씨는 주점에서 의사들 자리 옆에 번갈아 앉아가며 육체적 접촉과 함께 의사들에게 음주를 강요했다. 급기야 만취상태에 이른 C원장은 D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날 이후 C병원 원장 및 직원 의사들은 D영업사원의 행동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영업사원들처럼 겸손한 자세를 취했던 D씨는 회식 이후 너무나도 당돌한 자세로 의사들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 심지어 주위 시선을 의식해 자제를 요구하던 간호사에게 D씨는 “내가 누군지 아냐”며 큰 소리를 치며 C원장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결국 하룻밤의 접대 이후 D씨는 마치 그 병원이 자기 것인양 행동했으며 이를 바라본 의사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례 3]날아간 여름휴가

서울 마포구 E의원에 출입하던 F영업사원은 1년을 기다려왔던 여름휴가 기간 동안 가족들과 동남아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하지만 E의원 원장이 휴가 기간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간다는 말에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E원장은 이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F영업사원 말고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많으니까 신경쓰지말라”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 잘 다녀오고 다른 병원에서 열심히 하면 되지”라며 간접적으로 휴가기간에 이사를 도와줄 것을 강요했다. 이에 F영업사원은 자칫 잘못했다가는 가장 큰 거래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결국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휴가를 반납하고 이틀 동안 원장의 이사를 도와줬다.

하지만 이사를 마친 후 E원장은 “수고했다”는 짧은 인사로 인사치례를 한 이후 F영업사원을 조금씩 피하더니 어느 날 “사정이 생겨서 다른 회사 약을 쓰게 됐으니 앞으로 이 병원에 올 일은 없다”고 통보했다. 영문도 모르고 가장 큰 거래처를 잃게 된 F영업사원은 얼마 후 경쟁사 영업사원이 이 원장 새 집에 에어컨, 냉장고 등 살림살이를 사주고 자신의 거래처를 빼앗아 간 사실을 알고 나서 쓰린 가슴을 움켜줬다.

F씨는 “거래처 관리 차원도 있었지만 1년 넘게 이 병원을 출입하면서 개인적으로 그 원장을 존경하는 마음에 휴가도 반납하면서 원장의 개인적인 일을 도와줬는데 결과적으로 돈 때문에 거래처를 뺏겼다고 생각하니 억울함을 떠나 인간적인 배신감도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내용은 데일리메디 계간지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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