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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영업사원, '공생을 넘어…'
[ 2007년 07월 29일 10시 40분 ]
제약산업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와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다소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700개가 넘는 국내제약사들은 유사한 제품으로 주 소비자인 의사를 공략하고 있으며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는 의사들은 생산자들의 기형적인 과당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다수 의사들은 ‘양질의 의약품을 선택,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제약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으로 의사들과 영업사원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빈번해지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진료실과 진료실 밖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의사와 영업사원간의 음성적인 행태와 거래를 집중분석한다.[편집자주]

[사례 4]원장의 뒤통수 때리다

서울에서 소아과를 운영 중인 G원장은 어느 날 사용하던 주사제가 떨어져 주문을 하려고 했지만 해당 영업사원이 연락이 안돼 제약회사로 직접 주문을 하게 됐다. 하지만 제약회사에서 “병원이 신용불량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불가능하므로 잔고를 모두 입금해야 거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그 제약사와의 거래는 6개월에 한 번 10만원 남짓한 주사제뿐이었으며 그나마도 한번 물품을 구입하면 그 달에 결제를 해줬기 때문에 신용불량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

G원장은 해당 제약사 영업사원을 불러 추궁하던 끝에 그 영업사원이 3년 동안 G원장 몰래 수십차례 물품을 사입했다가 반품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장부에 남아있는 잔고만 1000만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욱이 G원장은 그 영업사원과는 수 년 동안 거래를 해오면서 이제는 형, 동생 대우를 하며 가끔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정도로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영업사원은 수 년 동안 자신의 매출 실적이 부족할 때마다 G병원의 동의 없이 물건을 주문하고 그때마다 배달 직원에게 물건을 직접 받는 방식으로 G의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장부를 조작해왔다. 또한 그 병원과의 거래에 문제가 없도록 회전일에 맞춰 꼬박꼬박 입금을 하면서 관리해 왔지만 최근 실적압박에 못 이긴 이 영업사원은 결국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의 물건을 납품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이를 갚지 못하자 G원장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은 신용불량처가 돼 버렸다.

G원장은 “다른 영업사원들이 종종 거래처에 원장들 몰래 물건을 보냈다가 빼내오는 식으로 실적관리를 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정말 믿었던 영업사원으로부터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병원 신용 문제 보다는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처럼 진료실내에서 이뤄지는 의사와 영업사원 간 부적절한 행태가  도를 넘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자 영업사원들이 부쩍 늘어난 최근에는 수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여자 영업사원들은 한 번쯤은 성희롱 등의 성적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제약회사가 마련한 회식자리에서 만취한 여자 영업사원에게 노골적으로 잠자리를 요구, 당시 참석한 사람들을 당황케 한 의사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여자 영업사원 급증 따른 부적절한 사례 도마위

흔치는 않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실적부진에 허덕이던 종합병원에 출입한 한 여자 영업사원의 실적이 급증하자 이를 확인해 본 결과 이 영업사원이 계획적으로 교수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처방을 증대시킨 사례도 있었던 것.

결과적으로 일부 영업사원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사들을 이용하기도 하며 또한 의사들은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로 영업사원을 마치 개인 비서 부리듯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의사들은 영업사원들에게 출퇴근시 교통편 제공, 개인 빨래 심부름, 담배 심부름, 상품권 깡, 차 정비, 심지어는 병원 및 의사 집 청소까지 강요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영업사원들은 비정상적인 요구인 것을 알면서도 행여 자신의 실적에 불이익이 될까봐 거절의사를 분명히 못하는 현실이다.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을 마치 머슴 부리듯 하는 의사들을 접하면 몇 번이고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의사들도 점점 영업사원들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일부 영업사원들은 의사 앞에서는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 줄 것처럼 큰소리 치면서도 돌아서면 자신들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의사들을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업사원들 이기심에 배신감 느끼는 의사도 늘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의사 몰래 병원에 의약품을 주문한 후 이를 빼돌려 일반인이나 약사들에게 비싸게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으며 금전적인 부분에 무감각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금액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의사들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에는 제약회사간 과당경쟁의 여파로 경쟁사 의약품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됐다는 등 부정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등 의사나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는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사와 영업사원간 비정상적인 관행이 지속되는 1차적인 원인은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의사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과당경쟁을 자행하고 있는 국내제약사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네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제약사 특성상 시장에서 수많은 제약사들이 같은 가격, 같은 효능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품력이 아니라 영업력에 따라 매출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며 영업사원들은 의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게 되는 것.

또한 처방권을 독점하는 의사들은 유사한 대체제품이 시장에 널려 있다는 이유로 언제든지 처방약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영업사원들에게 비윤리적인 요구도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곧 리베이트가 절대 근절될 수 없는 이유로도 꼽힌다.

한 개원가 의사는 “대다수 제약사들이 같은 제네릭 의약품으로 하루에도 수 차례씩 찾아오는데 약효가 검증만 됐다면 이왕이면 차비라도 챙겨주는 제약사 제품을 처방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국내사 출신 영업사원은 “최근 제약회사의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거래처에 애착을 갖지 않는 일부 영업사원들이 ‘한탕하고 다른 회사로 가면 된다’는 식으로 영업활동을 하며 한순간에 회사 전체 및 동료 영업사원들 이미지를 흐리는 바람에 갈수록 영업 여건이 열악해 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계간지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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