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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실천 '仁術(인술) 천사'
[ 2007년 07월 27일 03시 40분 ]
유난히 가다섰다를 반복하는 올 장마. 비온 뒤 도심은 습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로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랜만에 취재차 교외로 나섰다. 기자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에 위치한 제일성모의원. 이 병원은 마리아 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성모성지’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성스러움’이 감도는 이곳에서 소리 소문없이 몸소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제일성모의원 신영록 원장을 만났다.
“의료봉사를 통해 인술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어요”
신영록 원장은 처음에 인터뷰 제의를 받자,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유는 소문나는 것이 싫어서였다.
“전 별로 한 게 없습니다. 인터뷰 할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구요. 설상 제가 좋을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소문나는 거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자의 긴 설득 끝에 신 원장은 마음의 문을 열었고 결국 인터뷰에 응해줬다.
혹시 인터뷰로 인해 진료가 방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점심시간에 맞추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신 원장은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 점심시간을 잠시 뒤로한 체 계속 진료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 곳은 작은 마을이어서 병원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비해 많은 편이지요.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제가 여유를 부린다면 그만큼 많은 환자들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간혹 점심을 건너뛰기도 합니다.”
신 원장은 매주 토요일과 공휴일에 시간을 내어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자리한 ‘세종복지제단’에서는 정신지체자를,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에 위치한 무료 노인 요양 시설인 ‘자제공덕회’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현재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리 없이 의료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이 느끼는 보람이 분명히 있을 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서 물었다.
“보람을 느끼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구요. 제가 가톨릭 신자여서 처음에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오히려 의료봉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고, 인술이란 어떤 것인가를 깨닫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하면서 봉사하는 사람들 많다는 것 느껴"
신 원장은 인터뷰 내내 겸손하고 진지한 어조로 기자의 물음에 답했다. 동료 의사들에게 의료봉사를 권하고 싶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그의 생각을 피력해 나갔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것이었어요. 의사들도 진료실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밖으로 눈을 돌려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물론 사회적인 이미지만을 고려해서 의료봉사를 하자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껏 활동을 해보니까 사람들이 의사들을 예전보다 더 호의적으로 대하고 신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한 의료봉사가 의사들의 이미지를 보다 친밀하게 만들었다면 충분히 해 볼만 한 일 아닌가요?”
신 원장의 의료봉사는 강원도 춘천 물로리라는 오지마을에도 그 손길이 뻗치고 있다. 이 마을은 호수 주변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 춘천에 나가기 위해서는 굽이치는 산길을 타고 가거나, 배를 타고 나가야 하고, 배가 4시간에 한 번씩 다녀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물로리 의료봉사를 갈 때 제차에 초음파검사기계를 싣고 갔어요.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험해 차가 많이 흔들려서 기계가 그만 고장이 나 폐기 처분해 버리고 말았어요. 의료봉사 초창기라 의욕만 앞섰고 노하우가 부족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떠나기 전 사소한 것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챙깁니다.(웃음)”
신 원장은 의료봉사를 하면서 가끔 예전에 자신에게 찾아온 환자들을 만나기도 한다는데, 그 때마다 ‘진료의 연장’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또한 그에게 진료를 받은 지체장애아들이 자신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때 자신이 왜 이 일을 계속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고 한다.
“병원 일을 하다 보니 시간적인 제약이 많아 더 많은 활동을 못하는 게 항상 안타깝습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적극적으로 의료봉사를 계속 할 계획이고, 60살이 넘어 은퇴하고 난 후에는 보다 왕성하게 활동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 의료봉사를 해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감상에 빠져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의사로서 꼭 한 번은 해야 할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아서요.”
신 원장은 바쁜 병원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집에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의 기타 실력은 수준급.
“기회가 된다면 의료봉사 환자들을 위한 작은 기타 연주회도 갖고 싶네요. 뛰어난 연주는 아니겠지만 환자들에게 정서적으로나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기타 치는 의사 선생님이라….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성모성지’의 성스러운 기운 탓인지, 아니면 신 원장의 봉사정신에 자극을 받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더위에 지친 몸은 온데간데없다. 신 원장과의 짧지만 깊은 데이트, 그야 말로 활력 충전 100%다.
[이 내용은 데일리메디 계간지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영남기자 maha@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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