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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할인' 치명적 유혹의 덫
[ 2007년 08월 02일 03시 00분 ]
환자 유인이 불공정거래가 아닌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건이 없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성형외과가 너무 많이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불법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보건소에서 불법 의료 행위가 접수되지 않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실명으로 고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변 보호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기관, 불법 환자 유인 관행화"
동작구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일선 개원가의 현실을 이렇게 털어놨다. “대략 3년전쯤 일이다. 위치상으로 인접해 있지만 행정 구역이 달랐던 구로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사무장이 15년 동안 수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 면허증도 없는 사람이 버젓이 진료를 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보건소 측으로 바로 고발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사무장은 나를 상대로, 병원을 상대로 보복하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결국 나는 고발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불법 의료행위를 적발해 고발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발자에 대한 신변 보호가 전혀 돼 있지 않고, 행여라도 피고발자가 보복이라도 할라치면 고발자는 병원 업무 마비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신고할 엄두도 못 낸다는 게 일선 관계자들의 고민이다. 전문의 간에는 더더욱 가격 할인이나 쿠폰으로 인한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 고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성동구 보건소 의약과 한 관계자는 “단속 및 감독기관도 노출되는 일을 사실상 꺼려하기 때문에 아주 작심하고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은 정식적인 고발 절차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민원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회유하는 등 공론화되기는 쉽지 않다고.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의료 소비자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의료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 의료 행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서비스 질 하락 '불 보듯 뻔한 일'
무엇보다도 가격할인을 가장한 ‘눈속임’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만약 A병원이 애초부터 쌍꺼풀 수술을 하는데 150만원을 받고 싶다고 치자. 그렇다면 A병원은 환자들에게 “180만원인데 20% 할인하겠다”고 선전을 하면서 흥정을 벌인다. 겉으로 보기에 가격할인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가격할인이 아닌 눈속임이라는 얘기다.
물론 예전에 비해 감시하는 눈도 많아졌고 홈페이지나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상당 부분 정화가 됐다고 한현언 이사는 말한다. 현재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는 이러한 불법 의료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홈페이지 인증을 통한 자정작용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먹지 않으면 먹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경쟁하는 것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일부 진료과의 과당경쟁이 의료 시장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를 날렸다. “한정된 수요에서 보다 큰 점유율을 얻기 위해 경쟁자를 이기려고 전쟁을 치르다 보면 시장이 ‘붉은 바다’로 변하고 다같이 공멸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진료과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 한정된 고객들 두고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역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꼽고 있다.
의료연대회의 강창구 위원장은 “환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행위는 각 진료에 해당되는 일정 기준의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당 경쟁으로 불러일으킨다”면서 “시장 경제 질서가 혼란한 틈을 타고 이같은 관행이 뿌리 뽑히지 못하는데도 법이 뒷받침하질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의료법 개정안은 이를 더욱 완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당초 이러한 점을 우려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복지부나 행정 당국은 뒷짐만지고 있고 행정 당국이 앞장서서 합리적인 규제를 해야 하는데 두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라는 성토다.
오히려 강창구 위원장은 사실상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불법 의료 행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최적기라고 까지 했다.
그는 “현재 전면적인 허용이 이뤄진 것이 아닌데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질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서 “적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는 부작용이 속속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세 조장·과당 경쟁 부작용 '줄줄이'
과당 경쟁으로 인한 할인 행위의 부작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안모(39)씨는 비보험 대상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현금 결제를 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수법으로 지난 3년간 수입액 6억원을 탈루한 것을 비롯해 광고선전비 등 경비를 부풀려 총 11억원의 소득을 줄여 신고했다.
음성적인 가격 할인에 들어가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환자들도 4~5곳의 의료기관을 찾는 ‘의료 쇼핑’을 통해 가격 할인을 부추기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김태현 사무국장은 “유인 알선하는 행위는 꼭 필요하지 않은 의료 행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미용을 목적으로 한 할인 경쟁은 불법 의료 행위에 더욱 불을 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 상업화를 점점 더 가속화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불필요한 부담만 국민들에게 지워지는 꼴이 되고 만다는 얘기다. 그는 문제는 비단 가격 할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끼워팔기, 그룹 할인 등 다양한 형태의 불법 의료 행위로 확산된다는 데 있다고 짚었다.
김태현 국장은 “원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과당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이를 허용해 버리는 순간 겉잡을 수 없게 된다. 이미 특정 진료 과목에서 현저히 드러나고 있으며 불법 의료를 공공연하게 허용해 버리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 주소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본적인 질병 진료에 대한 가격 할인과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 차원의 가격 할인은 개념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녹색소비자시민연대 김진희 국장은 “원치 않는 의료행위나 과도하게 의료행위를 증폭시킨다는 개념은 아니다. 할인을 한다 해도 자신이 안하면 그만 아니냐. 기본적인 질병 행위에 환자를 유인하는 일련의 행위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장 가격 자체가 일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할인’이라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환자 유인 행위라 일컫는다는 것은 오히려 합리적인 가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계간지 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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