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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제약계 호소와 의료계 무관심
[ 2007년 08월 09일 22시 00분 ]
최근 불공정거래관행의 근절을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제약계가 연일 의료계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월 병원발전기금 기부 및 학회지원을 우선적으로 근절할 사항으로 결의한 제약협회는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최근 16개 시도의사협회, 138개 의학회 산하 학회 및 1622개 병원에 협조 서신을 발송했다.

제약계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공정거래 정착이 쉽지 않다고 판단, 의료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다. 실제로 제약협회가 의사 단체들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지만 정작 이들 단체들의 회신은 전무한 상태다. 심지어 일부 단체는 공문의 존재도 모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제약계의 애절한 구애와는 달리 의료계의 무관심은 실제 제약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양 측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경쟁력 있는 의약품이 부족한 국내제약사들의 경우 처방권을 지닌 의사들에 의해 매출 증감이 좌우되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의사들은 국내제약산업을 도와주고 싶어도 마땅한 약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보이는 회사들의 약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제약계는 공정거래 정착이라는 정당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에게 ‘괘씸죄’로 찍힐까봐 자신들의 의지만으로도 근절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의지를 의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열등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병원의 강요에 따라 수억원대의 발전기금을 지원한 상황을 포착했는데도 정작 해당 제약사는 강요가 절대 아니었다고 부인할 정도로 병원-제약사가 상-하 및 수직적 관계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실정이다.

제약계는 의료계가 제약업계의 노력을 환영하며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고 협조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의료계는 제약계의 의지가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작 제약사들이 자초한 것을 의료계와 책임을 함께 지자는 요청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실사조사 결과를 앞둔 상황에서 의료계가 공정거래 정착에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면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리베이트 실체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인 협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약사는 그저 의료계의 협조만 당부하지는 말고 불공정거래 근절을 행동을 보임으로써 불공정거래 근절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53개 제약사들이 지난 5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실효성이 의문이 가고 있다.

특히 최근 비급여 전문약을 출시한 제약사들이 영업 현장에서 예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 사실은 과연 이들이 진심으로 공정거래 정착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의료계 역시 더 이상 침묵으로 책임을 회피하지는 말고 제약업계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처방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받는 것을 당연하게 인지해서는 안 되며 제약사들에 대한 우월적인 자세를 버리고 파트너로서 제약사들을 받아들일 때가 아닌가 싶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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