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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부는 전문화 열풍 '허와 실'
[ 2007년 09월 02일 21시 45분 ]
학문과 지식이 확장되면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전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의료계 역시 병원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행정직에 이르기까지 '전문'이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각 단체는 전문화를 제창하며 새로운 문화와 제도 등을 생성해 내고 그 움직임들은 '전문'이란 당위성을 부여 받으며 더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음도 들려온다. '전문성 강화'라는 대명제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직능간의 갈등이 촉발되고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곳곳에서 적잖은 폐단들이 속출하고 있다. 의료계에 불고 있는 전문화 열풍, 그 '허와 실'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1. 표류 중인 전문병원 시범사업, 향배는?
2. 세부전문醫 논란, 종지부를 찍어라
3. 병원행정직 전문화 열풍 그 실상
4. 현실 외면한 장밋빛 기대? 전문간호사 ‘길을 잃다’
5. 생존을 위한 선택, 한의계의 전문화
복지부는 지난 2005년 7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전문병원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나름 특정질환과 진료로 이름을 날리던 많은 병원들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얻어질 수혜(?)를 기대하며 참여 의사를 밝혔고 21개 병원이 최종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 병원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문병원 시범사업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적극적인 동조를 보냈다.
하지만 정부의 전문병원 시범사업은 도입부터 순탄치 않았다.
전문병원 시범사업 대상병원들이 특정질환을 부각시킬 경우 인접 의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개원의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던 것.
대한의사협회 역시 전문과목과 질환 동시 표방에 따른 혼돈을 문제 삼으며 전문병원 시범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예정대로 시범사업 대상병원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지만 실상은 허울에 불과했다.
즉, 특정질환 표기를 결사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 전문병원 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세부질환 표기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것.
정부의 전문병원 시범사업이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범사업 대상 병원들은 강력히 반발했지만 복지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유야무야(有耶無耶) 되버린 시범사업
전문병원 시범사업이 실시 후 2년이 흐른 2007년 8월.
당시 시범대상으로 선정됐던 21개 병원 대다수가 현재 전문병원 시범사업이 지속되고 있는지, 이미 종결 됐는지 여부도 모른채 지내고 있었다.
이들 병원에게 전문병원 시범사업은 이미 오래전의 기억일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아직도 전문병원 시범사업이 회자되고 있느냐"며 "유야무야 된 것으로 알고 이후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대상 병원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전문병원 시범사업은 아직 진행중이었다.
의료계의 반발로 전문병원 시범사업의 핵심이었던 특정질환 표기 문제를 보류시켰던 복지부가 지난해 7월 법 규정 일부를 슬쩍 고쳐 사업 기간을 연장하고 표기 문제도 거론해 놨던 것.
당시 복지부는 의사면허와 중환자실 인력기준 등 굵직한 사안 말미에 전문병원 시범사업과관련된 조항을 첨가시켰다.
시범사업 기관으로 지정한 의료기관은 시범사업 기간 중 고유명칭에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병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사업 기간 역시 올 1월 16일부터 1년간 유예기간을 설정, 실제 전문병원 시범사업은 내년 1월 25일 최종 마무리 되도록 했다.
전문병원 제도 성공 여부는 '보상'
복지부는 시범사업 종결과 함께 그동안의 시범사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토대로 본격적인 전문병원 제도 도입을 위한 인정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문병원들을 대상으로 별도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 같은 방침에 일선 의료기관들은 "현실성 없는 청사진일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범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결과물로 인정기준을 마련하고 제도를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게 이들 병원의 입장이다.
더욱이 이미 특화에 성공한 이들 병원으로서는 '전문병원'이란 간판 만으로 얻어지는 수혜가 없기 때문에 확실한 매리트가 담보되지 않는 한 제도의 실효성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 병원이 주장하는 전문병원 제도의 핵심은 바로 '보험수가'이다.
정부로부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고 특화된 진료를 시행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체계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는게 이들 병원의 주장이다.
일반병원과 동일한 보험수가를 적용 받는다면 굳이 전문병원을 지향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한 병원 관계자는 "보상체계가 담보되지 않은 전문병원 제도는 명목뿐인 사업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며 "확실한 수가 차별화를 통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에 대한 차등수가 적용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병원 수가 차등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앞으로 정책방향도 그렇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가 문제는 제도가 안착 된 이후 논의 할 사안"이라고 말해 제도 도입과 동시 진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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