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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기대? 전문간호사 '길을 잃다'
[ 2007년 09월 05일 22시 10분 ]
“이거 고민입니다. 갈수록 전문간호사는 쏟아져 나올텐데 부르는 곳은 마땅치 않고.” 너도나도 '전문화 행(行)' 기차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간호계도 예외일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배출되는 전문간호사 인력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모자라 ‘고급 인력 낭비’라는 볼멘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간호사에 대한 법적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일선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정작 ‘어떻게’ 전략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전문간호사 수요와 공급, 깊은 ‘함정’

현재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문간호사는 보건 및 마취 정신 가정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전문간호사 등 모두 13개 분야.

2000년 4개 분야별 간호사가 전문간호사로 명칭이 개정되는 첫 결실을 이룬 후 2003년 6개 분야, 2006년 3개 분야가 확대됐다.

전문간호사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도 병원 내에서 역할 정립이 안된데다 대우나 보상이 턱없이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그 중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대되고 있음에도 인센티브 역시 없어 전문간호사를 향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곧 전문간호사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직결된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는 “10년차 경력을 가진 간호사를 보더라도 응급전문간호사의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간호사 이외의 사람들이 응급전문간호사의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일반 간호사가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추고 병원 근무를 하면서 1년 이상의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성신여대 간호대학 송지호 학장은 “사실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 및 공급에 있어 미흡한 것이 현 상황”이라면서 “신생아·아동 등 전문간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경계 애매로 전문간호사 일부 혼선

전문간호사 도입 이래 가장 혼란을 야기시킨 대목으로는 현재까지도 ‘영역’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병원에서 활동하는 전문간호사와 법으로 자격을 인정받은 전문간호사가 동시에 존재하게 됨으로써 혼란과 갈등의 조짐도 일고 있다. 물론 병원 자체적으로 명칭을 전담간호사 등으로 개칭하거나 법적인 전문간호사 자격을 획득하도록 추진키로 했지만 여의치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문간호사 제도의 시작 초반부터 의료인 간 명칭 및 실무 범위에 대한 의사소통이나 이해가 일치하지 않았다”면서 “자칫 일반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에 역할 갈등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기대하는 전문간호사의 역할 괴리도 난제로 꼽힌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조경기 교수는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데 기여하며 또 다른 전문직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간호사 입장에서는 의사와의 의사 소통 부족이,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간 불분명한 역할 인식 등 조직 내부의 갈등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조직 내 불분명한 위치와 전문간호사에 대한 의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들의 근무 태만 가능성과 업무의 중복화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간호 교육도 부실, 발목잡는다

병원 내 전문간호 교육도 전문간호사 제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김선애 간호과장은 “현재 병원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전문간호 교육과정에 대한 실태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06년 6월부터 7월까지 전국 300병상 규모 이상의 19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간호 교육과정은 36개 병원에서 총92개의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애 간호과장은 “전문화된 간호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부재로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전문간호 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해 왔지만 체계적인 교육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적 체계 마련 ‘태생적 한계’ 벽

“결국 다 수가문제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갈수록 전문화·다양화되고 있는 제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키기가 어렵다.”

병원응급간호사회 이광옥(영동세브란스병원) 회장은 “전문간호사가 제공하는 간호서비스에 걸맞은 보험수가가 개발돼야 한다”고 성토하면서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문간호사 제도가 발전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차별화된 보상체계를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전문간호사에 대한 미래를 보장해줘야 한다. 메리트가 있어야 지원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광옥 회장은 “전문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국가 전반적인 손실로 이어진다”면서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전문간호사를 기관 평가에 필수적인 요소로 첨가함으로써 다양한 차원에서 전문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물론 “이를 위해 의료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병원 경영에 기여하는 비용효율적인 인력임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귀중한 인력 사장되지 않도록…”

그렇다면 전문간호사제도의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그동안 줄기차게 전문 간호 수가보상을 외쳐온 간호계가 내놓은 방안은 법과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의사, 간호사간의 의사 소통 부재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전하고 질적인 전문간호사 제도 정착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전문간호사 법적 규정의 마련과 전문 간호사 교육과 실무의 표준을 심의 인정할 전문가를 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귀중한 인력이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13개 분야별로 요구되는 전문간호사 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장기적인 수급 계획을 세우는 데 정부측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간호사 제도가 활성화될 경우에는 의료인력 활용으로 인력 부족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전문 간호사가 되더라도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었으나 앞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 별도 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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