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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원과 3년째 법정싸움서 1문제 이겨"
[ 2007년 09월 30일 21시 50분 ]
“2005년 소송을 시작했으니 이제 3년이 다 되가네요. 3년 만에 1문제를 이겼습니다. 이제 남은 1문제와의 싸움인데, 저는 아직도 왜 제가 쓴 답이 오답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가방 가득 관련 서류를 챙겨온 남모씨가 건넨 첫 말이었다. 2005년 1월, 제57회 치과의사국가시험에 응시했던 그는 이후 지금까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합격자 발표가 난 직후부터 소송을 준비, 싸움을 시작했으니 만 3년을 채운 셈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했다. 문제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왜 정답이 아닌지 납득이 되지 않아” 그는 싸움을 접을 수 없다고 했다.

2문제 이의제기…2년6개월 만에 1문제는 정답 인정

남모씨는 합격점수에서 1.5점이 모자라 불합격했다. 당시 합격점수는 204점이었는데 남모씨 점수는 202.5점이었다. 그는 약리학 1문제와 구강악안면외과학 1문제에 대해 ‘복수정답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의제기를 했다.

“소송을 시작하니 국시원 측에서는 ‘소송하면 2~3년은 보통인데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해서 재도전하라’고 말하더군요. 소송을 접으라는 회유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남모씨의 말이다.

물론 그도 재도전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그에게는 사실 이마저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외국대학 졸업자는 예비시험에 합격한 후 비로소 본시험 격인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으니 남모씨에게는 소송이나 재도전이나 고된 길이긴 마찬가지였던 것.

그러나 무엇보다 납득할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중정답 불가’란 답변만 내놓는 국시원 측의 태도가 오히려 남모씨에게는 소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결국 2년6개월의 소송 끝에 남모씨는 약리학 1문제에 대해 ‘이중정답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얻었다. 국시원을 상대로 소송, 복수정답이 인정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한약리학회의 감정서가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약리학회도 법원도 이 문제는 복수정답이 분명하다고 했어요. 제 말이 맞은 거죠. 그런데 소송을 제기한 저만 해당되고 제 점수만 오르는 거예요. 이 문제를 틀렸던 또 다른 학생들은요? 문제 자체가 틀렸다는 게 명확한데 소송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건 국시원의 너무도 무책임한 행동이죠.”

남모씨는 정답이 2개라는 게 확인이 됐는데도 묵묵무답인 국시원의 태도가 가장 답답하다고 했다.

전체문제 공개 요구…“어렵다는 것 안다”

이제 남모씨에게는 구강악안면회과학 1문제에 대한 소송이 남았다. “치과의학용어집, 의학용어집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핵심인데 이 문제는 서울대 치대 측의 감정을 받았지만 ‘복수인정은 가능하지만 한 문제만을 고르라면’이라는 식으로 조건이 붙어 이기기가 힘들 것 같다”고 남모씨는 말했다.

때문에 그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다. 사법시험이나 다른 국가시험처럼 의사국가고시, 치과의사국가고시 등도 문제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접수한 것.

그간 각종 보건의료인국가시험에서 문제 오류가 발생된 바 있고 그렇다면 수험생 권익을 위해 모든 문제와 정답을 공개, 문제 이의 제기 신청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보건의료인국가시험을 제외 대부분의 국가시험에서 시행하고 있는 절차를 이제 국시원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모씨는 “매년 이의제기 이야기가 한 두 건씩은 나오는데 결과는 늘 수험생들만 가슴을 치다가 끝나버린다”며 “학생들은 여전히 문제에 의문이 남는데도 워낙 창구가 막혀 있으니 현실에 무너지고 마는 것”이라고 문제 공개와 이의 신청 과정이 보건의료인국가시험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토로하며 “그렇지만 내가 불합리한 부분에 올바른 문제제기를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이후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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