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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죠? 우리 교수님 스카우트 되면…"
[ 2007년 10월 19일 03시 02분 ]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오히려 외국에서의 제의보다는 국내 굴지의 병원에서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의료진들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안다.”

임의비급여 사태 앞에 스카우트설 ‘솔솔'

‘불법 임의비급여 징수 과징금 140억원’. 세계 4대 조혈모세포이식센터라는 명예를 업고 ‘백혈병 치료 제국’을 구가할 것 같았던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이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온 임의비급여 진료 사태 앞에 요동치고 있다.

썰물이 있으면 밀물이 있고, 권토중래(捲土重來)는 이뤄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명성을 되찾기 위한 성모병원의 노력에 찬물이라도 끼얹듯 스카우트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한국 최초’의 행진을 이어오며 국내 조혈모세포이식의 큰 줄기를 이어온 의료진들이 바로 그 표적이다.

한국 백혈병 환자의 반 이상이 여기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환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곳은 바로 성모병원이다. 의료계에서는 ‘성모병원 백혈병 치료팀의 역사가 곧 한국 백혈병 치료의 역사’라고 말할 정도니 스카우트설을 둘러싼 병원 내부 직원들의 고민에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진원지도 정확치 않은 데다 병원 관계자들 역시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유수 대학병원의 러브콜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잔뜩 긴장하면서 교수들의 움직임에 ‘안테나’를 치켜세우고 있는 눈치다.

성모병원 한 관계자는 “실력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의료진들이기 때문에 비단 이번 고비 뿐만 아니라 늘상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교수들이 진료 환경이나 이번 비급여 사태가 몰고 온 시련 속에서 행여라도 성모병원을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얼굴을 붉혔다.

“최악의 시나리오겠지만 언젠가 병원이 문을 닫아야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울분을 토하던 성모병원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점점 더 줄어들고 백혈병 진료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던 조석구 교수의 자조섞인 목소리는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이들의 고충과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내부 직원들의 시름이 묘하게 혼재돼 있다.

“피와 땀으로 일궜는데 안될 말”

사실 화려한 명동 시절을 넘어 70돌을 맞은 성모병원은 지금도 ‘난치성 혈액 질환 치료 메카’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영입 1순위로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의료진을 정조준 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들에서의 물밑 작업이 암암리에 진행됐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H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오히려 외국에서의 제의보다는 국내 굴지의 알만한 대학 병원에서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의료진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김동욱 교수가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당시 ‘개원 멤버’로 스카우트 돼 합류했던 일은 성모병원에는 아픈 상처다.

더욱이 조혈모세포이식센터 골수이식팀의 위력은 이미 여러 차례 확연하게 드러났다. 1983년 국내 최초로 골수 이식에 성공했고 현재 국내 골수 이식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 팀에는 민창기 교수, 이종욱 교수 등 ‘젊은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진원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번 사태로 스카우트설이 또 한번 회자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일단 스카우트설이 돌고 있는 것에 대해 성모병원 의료진들은 강력하게 손 사레를 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그럴 가능성은, 아니 그럴 얘기가 나올 만한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인정한다.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는 “물론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도 이내 그는 “임의비급여 사태로 성모병원 전체가 홍역을 앓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단번에 잘라 말했다.

일부 내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최근에 나도는 스카우트설을 지나친 기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막연하게 분위기에 휩쓸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얘기일 뿐 이라는 거다. 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한경자 과장은 “당장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둥지를 옮긴다 한들 100%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조석구 교수 역시 “환자가 의사를 못 믿게 되고, 의사가 환자를 못 믿는 사태에 까지 직면해 의료진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없을 정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점이 작용해 인력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조혈모세포이식센터 모 교수는 “만약 자신이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한다면 내부에는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돼야 함은 물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 해도 그 얘기는 반드시 함구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아 말했다.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신념, 그리고 도덕적 잣대

그렇다면 가능성은 상당 부분 제기되나 뚜렷이 현실화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최적의 진료 환경과 경제적인 여건을 만족시켜주겠다’는 그 어떠한 유혹이 뻗쳐 와도 흔들림 없는 신념, 그것 때문이었다.

성모병원 의료진들이 “유례없는 위기 앞에서 스카우트가 현실화된다면 그만큼 신념이 부족한 것 아니겠나. 그 동안 수많은 선배들과 후배들의 피와 땀으로 역사를 일궜고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센터를 믿고 의지한 환자들도 셀 수 없다”고 입을 모은 대목은 강직한 의사로서의 면모까지 가감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한혈액학회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 전남의대 김형준 교수 역시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성모병원 교수들이 끄떡할 것 같지는 않다. 주어진 현실에서 최대한의 대응과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들의 행보에 적극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국내 유수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의 이동은 종종 있어왔다. 때문에 성모병원 의료진들의 대체적인 반응에 대해 의사 조직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의료 헤드헌팅 전문업체 HR 서베이 조철훈 대표는 “아직도 우리나라 병원, 특히 의사들의 이동에 관해서는 굉장히,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전반적인 흐름”이라고 현 주소를 짚고 있다.

또 다른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 하주희 부장도 “의사 사회 내에서 모 병원을 떠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때로는 곱지 않은 시선의 주인공이 된다”고 뒷받침 했다.

과거 영화 재현, 날개를 달자

“성모병원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백혈병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대한혈액학회 조현찬 이사장은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데다 생사고락을 함께 하던 선후배들을 뒤로 한 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고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고 말한다.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현실적인 과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렇듯 스카우트설이 현실화될 지에 대한 것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가톨릭 성모병원’이라는 명찰을 달지 않고도 다른 병원에서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소지는 분명히 있다. 최근 성모병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조직에 무엇을 요구하기에 앞서, 꿈을 펼쳐갈 조직을 자신이 앞장서서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부디,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면서 늘 ‘처음처럼’, 꿋꿋하고 우직한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매진하는 의료인이 돼 달라”는 주문이다.

비록 홍역을 앓고 있지만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의료진들은 한결같이 “향후 외국의 조혈모세포이식센터와 국내 여러 병원들과의 연결을 돕는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한다.

국내 난치성 혈액 질환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큰 기여를 해온 성모병원이 안팎의 동요를 어떻게 감내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3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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