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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자부심으로 버티는데 한계 도달"
[ 2007년 11월 07일 21시 55분 ]
“파이는 늘일 수 없으니 너희끼리 잘 나누어 보라고?”

생명 전선의 최전방, 길을 잃은 외과의들이 “이제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치를 넘어섰다”며 인력 수급, 수가 조정, 개원 환경 조성 등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위기의 외과 구하기’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7일 대한외과학회 윤여규 이사장은 창립 60주년 제93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정책심포지엄을 통해 “총체적인 위기다. 외과가 생명을 다루는 의술의 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의료의 미래는 결코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단언, 의미심장한 말로 운을 뗐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 드러난 개원의들의 고충은 훨씬 깊었다. 문제의 핵심에는 의료 수가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신세계병원 박경철(前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원장은 “외과의로서 정신적, 육체적인 고강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외과의사다’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 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자부심으로는 버틸 수 없을 만큼 한계에 도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의료보험 전체 파이를 키울 수도 없으며 어쩔 수 없이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기묘한 정부의 논리는 인정할 수 없다”며 “형평성 문제를 운운하는 것 역시 수십 년 째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개방병원제 도입,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과 관련,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의료계의 염원과 상관없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이는 “면허, 정원 책정, 수가, 신기술까지 모든 것을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다”는 볼멘소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0여년간 집계된 ‘외과 전공의 충원률 현황’도 바로미터다. 2004년 84.7%, 2005년 78.5%, 2007년 8월 현재 71.4%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한외과학회 박호철(경희의대) 기획이사는 “실력 있는 외과의사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련을 받아야 하는 전공의도 부족한데 수련 과정을 마치고도 외과 전문의로 개원하기도 어려운 양면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과 전문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50% 가까이 줄었고 수련을 시작하고 몇 개월 혹은 1~2년 사이에 도중하차하는 사례는 다반사다.

박호철 이사는 “외과는 병원에서도 사실상 애물단지”라면서 “외과의 대표적인 수술 16가지의 수술료를 합해서 비교해보면 대만은 한국의 2.3배, 일본은 7.3배 미국은 무려 한국의 11배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30명을 수술하든 환자 1명을 하든, 힘든 수술을 하든, 쉬운 수술을 하든 경제적인 차이가 없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이에 정부 및 정치권을 상대로 정책 제안을 발표, 박호철 이사는 우선 2008년부터 적용되는 신상대가치 조정안의 문제점을 짚고 ‘현행 36%로 정해진 의사업무량을 5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수술 난이도 재조정’을 촉구했다.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의 행위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육성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

그는 “외과 전공의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인턴 과정을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으로 흡수해야 한다”면서 “레지던트도 계열별로 분리 선발 후 순환 근무 형태로 수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 대상 교육 및 정기적 평가를 위한 권한 위임도 제안했다.

박경철 원장도 “병상 수 기준으로 외과의사 전임자 수를 정책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면서 “개원가의 외과 수술에 대한 비용가중치를 인정하고, 복강경 등 시술 케이스가 많은 의료 기술에 대해 지원하는 등 수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이영찬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이 같은 정책 제안에 대해 “신상대가치점수에서 의사 업무량은 행위별로 고정돼 있으며 진료 과목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차후 단계별 적용에 따라 과목 간 조정을 검토 하겠다”고 언급, 아직도 의료수가 불균형 문제 해결은 요원함을 시사했다.

개방병원제도 현실성 강화 및 확대 시행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것.

이영찬 본부장은 “현재 개방 진료수가입원료에 이동 비용이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별도 수가반영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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