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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병·의원 숨통 틀까 or 현실성 없다
[ 2007년 11월 29일 21시 58분 ]
최근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병원 재무상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병원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1999년 24.3%에서 2004년 36.1%로 점점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팀 류지형 팀장은 “그만큼 병원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병원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의료채권 발행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설령 제도 도입을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성’ 부분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의료채권, 과연 병원들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워줄 것인지 아니면 허울 뿐인 제도로 끝날 것인지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지난 10월 입법예고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의료기관이 자기 신용에 근거해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데 가장 중요한 목적이 있다.
복지부 보건산업팀 류지형 팀장은 29일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공청회’에서 의료채권 시물레이션 및 정책 효과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4개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재무상태와 영업분석 등을 평가했는데, 그 결과 3개 법인에서 투자적격인 BBB 등급 이상이 나왔다. BBB 등급 이상이면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
“병원 규모 떠나 비영리법인은 모두 혜택 받도록 할 것”
류 팀장은 모의신용평가 결과를 근거로 “1000개 정도의 비영리법인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제도가 일부의 우려대로 대형병원 등 한정된 병원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류 팀장은 100병상 이상의 비영리법인 병원뿐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에게도 해당되는 법률이라고 밝혔다.
류 팀장은 “관계 부처 회의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복지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병원 규모를 떠나 자금이 필요한 비영리법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밀고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의 부담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잘 나가는’ 병원들에게만 제도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실제로 복지부 판단에서는 ‘상당히 많은 비영리법인’이 채권 발행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단, 류 팀장은 대선 등의 일정으로 이번 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열악한 중소병의원 위한 근본적 해결 아쉬워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 간 ‘빈익빈 부인부 현상’이 가속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협 정진택 기획정책국장은 “취지와는 상반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경영난에 처해 있는 중소병의원 육성 등 근본적인 해결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의 ‘찬성'과 ’반대‘를 떠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의료기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병협 "일부 병원 숨통 틔우는데 도입 찬성"
대한병원협회는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병협 성석제 사무총장은 “물론 현실적으로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병원 경영이 지금처럼 어려울 때, 채권 발행으로 어느 정도 의료기관들의 자금 숨통을 틀 수 있다면 그 자체를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 사무총장은 “올 6월 말 조사에 따르면, 병원들이 진료비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데 그 규모가 무려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장 진료비는 한 달 뒤 나오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기도 힘들만큼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것 아니냐”면서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잘 나가는 병원만 더 잘나가게 하는 법안"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상윤 정책위원은 ‘잘 나가는 병원, 더 잘나가게 하자’는 법안이라며 제도 도입 후 발생할 많은 부작용과 더욱이 제도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문제를 집었다.
이 정책위원은 “채권 발행으로 인한 자금의 활용 범위가 부대사업까지 포함, 너무 넓다”며 “자산투자로 한정하지 않으면 의료기관들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모아 부대사업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신용평가가 좋은 ‘잘 나가는 병원’들이 ‘더 몸집을 불리고 살찌우는데’ 의료채권이 악용될 것이라는 말이다.
선진화委 "의료기관 채권 발행하고 실제 수요 있을지 고민"
이 제도를 처음으로 논의했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인하대 이기효 교수는 “단지 하나의 제도로 전체 병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부적절하다”면서 “이 제도는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에 한해 사회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과연 이 제도가 현실성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 가장 걱정스럽다”며 실제로 의료기관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시장이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니깐 병원들은 경영상태가 발가벗겨진다고 여길 수 있다”며 “그렇다면 차라리 채권은 포기하고 은행권에서 자금을 끌어다쓰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의료기관 채권을 누가 사겠느냐는 문제도 있는 등 이를 종합해보면, 이 제도의 현실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면세 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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