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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없는 국내 학술지와 글로벌화
[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
국제적 위상과 국내 학술지의 ‘눈부신 도약’은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인가. 양적인 증가에 따른 고공행진을 기대해 봄직도 하지만 아직도 국내 학술지의 수준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에서는 전문의 시험을 위한 논문 발표 수준에 그치고 있고 교수 승진을 위한 형식적인 논문 발표도 적지 않다. 학회들마다 세계화,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 학술지는 외면받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문 논문이나 질 좋은 논문은 우선적으로 SCI 행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학회 내에서는 투고 논문이 점점 줄어들고, 채우기에도 빡빡하다. 다소 질은 떨어지더라고 우선 ‘패스’하고 본다. 그래서 이중 게재나 중복 출판은 아직도 관행의 일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편집자주]

너도나도 SCI, 국내 학술지 위축 우려

현재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회장 박찬일·연세의대 교수) 회원 학회가 발행하는 165종 학술지 가운데 SCI 등재 학술지는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2002년 4월 SCI 정식 등재),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의학회, 연세의대, 대한수의학회, 대한기생충학회 등 6종이다.

대한영상의학회 편집이사 이경수 교수(삼성서울병원)는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의 권위가 높은 인용 지수에서 나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인용지수가 높아지면 해당 학술지의 권위는 높아지게 된다”고 말한다.

SCI에 등재된 학술지에 논문을 얼마나 많이 냈느냐는 현재 국내 의학자의 연구 업적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 해 논문을 수십 편 내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한두 편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워낙 변화가 빠르니 서둘러 논문을 발표해 앞서가야 할 필요도 있다. 현재 SCI에 등재된 국내 학술지는 30여 종. 나머지 수천 종은 모두 외국 학술지다. 결국 우수 논문을 외국에 보내다 보니 국내 학술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의편협 정보관리위원회 위원장 허선(한림의대) 교수는 “사실상 국내에서 교수 승진 요건에 외국 SCI 학술지를 몇 편 이상 발표하도록 규정을 만든 이후 국내 학술지가 위축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허선 교수는 “교수 임용, 재임용, 승진심사 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수들의 연구 실적이다. 문제는 심사 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만 볼 뿐 논문의 내용인 ‘질’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풍토”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이 ‘양적으로만’ 연구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이유다.

한국 의학논문, 연구윤리 불감증 ‘여전’

이러다보니 여러 ‘진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은 세부 학회가 급증했다. 학술지를 내기 위해선 학회가 필요한데, 논문을 많이 실어야 하는 교수들이 도처에 학회를 만든 것이다. 의편협 출판윤리위원회 위원장 함창곡 교수(한양의대)는 “학회의 급증은 학술지의 난립으로 이어졌고, 바꿔 쓰고 쪼개어 내고 붙여 쓴 ‘복제·유사 논문’이 양산됐다”고 주장했다.

학술진흥재단은 학술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치 이상의 논문 탈락률을 유지하는 학술지만 인정해주는 ‘학진 등재지’ 제도를 시행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일부 학술지들이 있지도 않는 논문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뒤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높은 탈락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아직도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등 학회지의 권위를 좀먹는 악재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불운하게도 표절이나 동일 논문 중복 게재는 있다. ‘자기 표절’은 꽤나 많다. 우울한 풍경이지만 이것이 국내 학회가 요즘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로서, 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연구하는 많은 교수들이 화낼 만한 일이지만, 현실이 그런 것이다.

남의 과거 논문을 그대로 베껴 학회에 제출하는가 하면 지난해 C병원 교수는 ‘자기 표절’ 논문으로 연구비를 타 쓰다 적발돼 사직했다. 각 학회가 연구윤리 확립과 자체 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함창곡 교수는 “자기 표절이 암암리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정량적 교수 평가 시스템과 개인의 과욕, 표절에 느슨한 학회 내 분위기가 중첩돼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일반화된 교수업적평가제는 ‘질 좋은’ 논문을 생산해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허선 교수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학회를 돌아다니며 부지런하게 제목을 약간 달리한 논문들을 발표하고 그것을 국내 학술지에 게재한 다음, 약간 변경해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하고, 이후 출처를 밝힌 상태에서 SCI에 등재된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면 논문을 삼중, 사중으로 점수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기사 및 추가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4호에서 볼수있습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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