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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大 뉴스
[ 2007년 12월 25일 11시 46분 ]
서양의학 도입 100주년을 목전에 둔 2007년. 올 한해 의료계는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역동의 세월을 보내며 적잖은 맘고생을 해야 했다. 정부의 일관된 저수가 정책은 의료기관들의 숨통을 조였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 속에서 의료계는 사분오열(四分五裂) 되는 부끄러운 모습도 연출했다. 안으로는 의료법 개정을 놓고 의료계 양대 단체인 의협과 병협이 으르렁 거렸고 밖으로는 선택진료에 부당청구까지 여론의 뭇매에 시달려야 했다. 좀처럼 암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의료계. 데일리메디는 위기에 놓인 의료계가 송구영신(送舊迎新)하길 기원하며 올 한해 영욕의 순간들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주]
개운치 않은 유형별 수가계약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유형별 수가계약은 적잖은 파열음을 양산하며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정부는 유형별 계약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이미 정해놓은 인상률을 끝까지 관철시켰고 이로 인해 현실적 수가를 기대하며 협상에 임했던 의료계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료계는 단일화를 주장하는 의사협회와 독자노선을 선언한 병원협회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며 분열 조짐을 나타내기도 했다. 처음 도입된 유형별 수가계약에서 양 단체는 결국 건정심 표결까지 가는 난항을 거듭한 끝에 내년도 수가 인상률이 의원 2.3%, 병원 1.5%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유형별 계약의 최대 수혜자로 예상되던 양 단체가 당초 주장했던 두 자리 수 인상과 한참 동떨어진 수치로,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삭감 대상 85%, 간호관리료차등제
간호사 수에 따라 수가를 차등지급하는 간호관리료차등제가 올 4월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병원계는 제도 시행 전부터 간호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들의 줄도산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지만 정부는 간호서비스 질 향상을 이유로 제도를 강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병원급의 85%가 간호사 수 기준미달로 7등급에 분류돼 삭감을 당해야 했다. 병원들은 7등급 탈피를 위해 간호사 인력 구하기에 나섰지만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간호사들의 발길을 돌리는데 실패하며 파국을 예고했다. 이들 병원은 복지부가 현실을 무시한 제도를 시행해 병원들이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연일 복지부를 압박했고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결국 복지부는 제도를 개선키로 결정을 내리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 조만간 제도 보완책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 로비로 얼룩진 의료계
올 4월 의사들이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소식은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경악케 했다. 의료계 금품로비 논란은 前 장동익 회장이 강원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한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불거졌고 그 여파로 녹취록에서 언급됐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갔다. 결국 금품로비의 장본인으로 몰린 장동익 前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고 최근에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월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녹취록 제보자가 의료계 내부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동익 음모'냐 '자성의 노력'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료계 지축 뒤흔든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정부는 의료계의 파상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07년 9월 17일 예정대로 국립의료원에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성분명처방으로 가기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고 시범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시범사업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일축하며 사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이후 성분명 처방 대상 환자 비율이 30%에도 못미치면서 졸속시행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성 발언이 계속돼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당혹케 했다. 한편 복지부는 최근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의 평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좌초위기 의협號, 새 선장 주수호 회장
작년 3월 17일, 8명의 후보를 제치고 의료계 수장으로 등극한 장동익 회장은 소아과 개명과 오진암 파문 등의 문제로 취임한지 6개월여 만에 중도하차의 위기에 직면했다가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 참석해 거침없는 언사로 화제를 몰고다니던 그는 결국 내부 고발자에 의해 횡령 및 정관계 로비의혹 등에 휘말렸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4월 24일 사퇴했다. 장동익 前 회장의 사퇴 이후 의협은 제35대 보궐선거에 들어갔고 주수호 원장이 재수 끝에 6월 27일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됐다. 주수호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의료급여제도와 정율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부와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적극 나섰지만 여러 상황에 부딪히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의료법 전부개정안과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면서 신뢰의 발판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의료계의 정치세력화를 구체화하면서 자신의 색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꺼지지 않은 불씨, 의료법 전면 개정
34년 만의 의료법 전면 개정을 놓고 복지부와 의료계는 올 한해 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계속했다. 의료계는 △목적조항 △'투약' 포함여부 △표준진료지침 제정 △간호진단 △유사의료행위 근거 마련 등을 이유로 의료법 전면개정 저지를, 복지부는 국민의 편의성 증진을 내세워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료계는 의료법 전면개정 저지를 위해 수 차례에 걸친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했고 이 과정에서 격분한 의사가 할복을 기도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예정대로 의료법 전면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기국회가 끝난 12월 현재까지 개정안은 표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편 병협은 개정안에 병원들에게 유리한 조항이 포함된 탓에 개정안에 찬성하면서 의협과 불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법·불법 논란 휩싸인 의료기관평가
복지부는 지난 10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종합전문요양기관 43개소와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43개소 등 총 86개 병원을 대상으로 2주기 의료기관평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2주기 평가에서는 병원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각종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다는 지적이 평가기간 내내 제기돼 당초 취지를 무색케 했다. 특히 각종 언론에서 비번자 근무, 휴가 금지 등 파행 연장근무 강요, 직원을 환자보호자로 둔갑, 예약환자 줄이는 등 병원들의 편법 사례를 잇따라 보도하면서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에 대한 신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평가였다'는 1주기 평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임상질 지표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했지만 학계와 현장에서 영역별, 지표별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얻지 못해 구색 맞추기 정책이라는 비난을 샀다.
베일 벗겨진 제약사 리베이트
제약사 리베이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사회적 파장과 함께 의료계 문화까지 뒤바꾸는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했다. 지난 11월 공정위는 1년 넘게 진행했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제약사 10곳에 200억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일부 제약사들은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일단 공정위 조사는 일단락 됐지만 이번 조사로 인해 의료계는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제약사들의 대표단체인 제약협회가 의료계 지원 축소를 선언하더니 급기야는 학회들이 협찬 제약사들이 줄어 행사를 축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제약사와 의사들 간의 불법거래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만큼 제약사와 의료계의 관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명분 잃은 세브란스·서울대병원 파업
보건의료노조가 아름다운 상생을 위한 신노사문화 정착에 나선 가운데 대한민국 의료를 대표하는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혹독한 파업사태를 겪어야 했다. 28일 동안 장기파업을 벌여 따가운 질책을 받았던 연세의료원 파업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은 일주일 만에 타결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병원의 파업에서 노조는 사회적 동의는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명분 찾기에 실패하면서 위상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더욱이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병원 노조 역시 '강경'에서 '실리추구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 사례라고 노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표류 17년'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의사에게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에 의료계는 격분했다. 더욱이 이 법안은 국회에 발의된 이후 법안소위까지 통과되면서 제정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만 의료계의 저지로 전체회의 통과에는 실패했다. 건양대병원 의료사고를 계기로 급물살을 탔던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은 시민단체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법 제정의 파급력을 우려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답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법안을 발의한 이기우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남은 국회일정 동안 사력을 다해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이 법안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지게 됐다. 한편 이 법안은 1989년 국회에 처음 상정된 이후 폐기를 거듭 현재 17년째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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