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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에게 있어 보직은 희생이 전제"
[ 2007년 12월 31일 02시 45분 ]
대학병원에서 기획실장은 모든 업무의 기획과 함께 조정을 하면서 예산 편성 및 경영관리까지 하는 핵심 중의 핵심 보직이다. "기획실장을 통하면 병원이 보인다”는 통설도 그래서 당연스럽다. 업무 자체가 보안이 따르기 때문에 대외적 측면에서는 다소 비밀스러운 뉘앙스를 줄 만큼 외부에 노출이 잘 안된다. 그런 만큼 이들의 존재는 병원 내부적으로도 다소 접근 제한적이다. 데일리메디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의 살림살이 등을 총괄하는 기획실장을 릴레이 인터뷰한다. 그 첫 대상자로 양한방은 물론 치과병원까지 섭렵해야 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경희의료원의 장성구 기획실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12월로 만 3년 됐습니다. 아마 경희의대 교수 중에서 기획실장으로는 가장 오래되지 않았나 합니다.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허허 웃음)
3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는지 장성구 실장은 소감을 피력해 달라는 질문에 “교수가 보직을 맡는 것은 희생”이라고 전제하면서 “이젠 언제 관둘 때가 중요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직도 때가 있는 법 후임이 나올 시기가 됐다’는 화법으로 들렸다.
장 실장은 자신이 보기에 “누구나 사람마다 그릇이 있고 역할이 있기 때문에 떠날 사람은 굳이 누가 후임이 될 까를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성사된 자리. 그 첫 자락에 떠나는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았다. 분위기를 바꿔 지난 시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장성구 실장은 “경희의료원은 의대와 한의대, 치대 병원이 함께 한 곳이기 때문에 이들 3개 병원을 잘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각 병원별로 특색이 확연하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특히 투자 우선 순위를 정하는 측면에서는 각 병원별로 입장이 첨예, 각 병원뿐만 아니라 대학과 재단 등을 설득하는데도 적지 않은 고충을 겪었다.
"초기 월급도 못 줄뻔한 상황 직면-목표대비 80% 달성"
고통이 크면 이를 극복한 보람도 큰 법. 장 실장은 “기획실장을 맡으라고 했을 때는 2년정도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다”며 “목표 대비 80% 수준은 된 것 같다”고 점수를 매겼다. 좀더 후해도 될 법한데 적정 선을 잡은 장 실장. 그가 기획실장이 됐을 때는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였다.
장 실장 스스로 상세히 언급하는 것을 꺼렸지만 “돈을 은행에서 빌려 직원들 월급을 줄 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소위 병원의 모라토리엄이 발생할뻔 했다는 것이다. 그런 위기를 잘 넘겨서 지금은 외형적으로 의료원의 경영적 수치는 절대적으로 커졌다.
장 실장은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의료원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야 겠다는 에너지가 충만되면서 결국 발전의 動因(동인)이 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으로 한층 고양된 분위기를 이끌어 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럼 직원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분출됐을까. 그는 그 근원을 정보공개에서 파악했다. 장 실장은 “실장이 되고 나서 경영분석표를 보니 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런 실정을 직원들한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그렇게 한 것이 적중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 실장은 취임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직원들과 공개적인 석상에서 병원 경영과 관 련된 모임을 가졌다. “초창기 이런 시도를 할 때는 위험성이 크다 해서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강행했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협조해 준 노조에 謝意(사의)를 표했다.
"미래의 좌표는 결국 진료의 질(質)"
장 실장은 앞으로 경희의료원의 좌표도 제시했다. 길은 ‘진료의 질’. “승부는 여기서 판가름 난다”고 말하는 그는 “센터화를 통한 진료의 집중도를 높이고 부가적으로 서비스 수준도 한 차원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소화기센터를 언급하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센터를 추진해 나갈 뜻을 피력했다. 경희의료원의 의사 결정 등 내부적 과정을 아는 사람들은 소화기센터 개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한 장 실장 재임 중 완공된 주차장 증설도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당시 의료원장님하고 참 많이도 부딪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만큼 심적 부담도 컷 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실장 보임 초창기가 다리를 절었던 때라면 지금은 완치가 돼 뛸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병원 고유의 진료수입으로 병원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성구 실장은 비뇨기과 암 전문의다. 서전(외과의)이지만 병원에서 가장 많은 SCI 논문을 발표하는 의사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매년 8~9편을 발표할 정도로 연구에도 정평이 나있다. 그런 그가 올해 SCI 논문을 한 편도 못 썼다. 장 실장은 “교수로서 개인적으론 굉장히 손해를 봤다”는 말로 아쉬움에 갈음했다. 하지만 그는 논문 대신 병원의 발전을 진두지휘한 차기 지도자로서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평가 역시 SCI급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4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진섭기자 phonmuzel@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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