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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에 의사나 환자 모두 황폐화"
[ 2008년 01월 30일 21시 59분 ]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은 의료계를 위해서도 빨리 제정돼야 한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8000여건의 ‘의료안전사고’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 논란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는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의사와 환자 양측 모두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친다”면서 “특히 소송까지 가게 되면 평균 3~5년이 걸리는 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법안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국회에 지속적으로 올라가 있으나 20년 가까이 ‘계류중’이다.

의시연은 이 법안이 계속 계류 중인 이유를 바로 ‘입증책임전환제’ 때문이라고 꼽고 있다.

입증책임전환제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과실이 없었음을 의료전문가인 의사가 입증하는 제도. 그러나 의시연은 “이 항목은 의료계에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있어 시민단체와 의료계 양쪽에서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법적인 기본 원칙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발생이 대의명분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료라는 특성상 환자가 의료사고임을 입증하기 너무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환자 측에서 전문적인 의료사고를 입증하라고 하는 행위는 마치 초등학생에게 대학시험을 치르게 한 후, 만약 떨어지면 본인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의료행위에서 벌어지는 사고는 전적으로 의료진만이 참여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의시연은 “원고인 의료사고 소송 당사자가 마취 상태에 있거나 가족으로서 외부에 나와 있던 상태에서 의료사고를 입증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기구는 아직 우리나라에 전무하다”고 말했다.

“의료안전사고 상담건수의 증가는 의료소비자의 의료안전사고에 대한 인식 변화와는 달리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인식이 낮고 국가적으로 의료안전사고에 대한 적절한 예방 및 대처방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의시연은 “의료계를 위해서도 빨리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면서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면 의료인도 끊임없이 법정에 나서야 하는 등 긴 의료소송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의료인들도 황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와 환자 사이의 신용 회복을 위해서도 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의료사고를 한번이라도 겪은 피해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위증조차 서슴치 않는 의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또 이로 인한 국민 감정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단언이다.

의시연은 이에 “환자가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게 되면 의료계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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