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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치다 항문 빠진 K씨 "지난 5년간…"
[ 2008년 02월 01일 22시 10분 ]
한국 프로골프 선수들의 쾌거 소식이 들릴 때면 10여 년 전 청주에서 찾아 온 K씨의 일이 생각나곤 한다. 다부진 몸매와 적당히 그을린 피부를 가졌던 그는 건장해 보이는 40대 중반의 골프애호가였다.

진료실에 들어선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항문이 빠지는 탈항 증상이 한 4~5년 된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처음엔 놀랐지만 손으로 밀어 넣으면 괜찮아졌다”며 “이후에도 수시로 항문이 빠졌지만 딱히 아프지 않아서 그냥 넘겼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은 무척 어이가 없었다. 3년 전에 골프를 치다가 엄청난 출혈과 함께 탈항이 되어서 바지가 피로 푹 젖는 일이 있었는데, 불안하고 창피해서 골프는 그만뒀지만, 민망해서 병원에는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병원에 오게 된 건 1년 전부터 걸을 때도 항문이 빠져서 외출을 마음대로 못할 정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치질 환자들은 치질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한데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K씨처럼 극한 상황이 되어서야 병원에 온다. 트림만 자주 나와도 위장에 탈이 난 게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왜 유독 치질의 경우엔 제 때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치질 수술은 엄청난 통증을 동반한다는 오해 때문이다. 항문은 많은 신경이 분포하고 배변이라는 정기적인 자극을 받는 기관이기에 수술 후 당연히 통증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치질을 방치해서 배변 때마다 느끼는 통증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마취 기술의 발달로 수술 중에는 전혀 아프지 않다. 수술 후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통증이 있지만, 그것도 1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해소된다.

또 다른 이유는 증상이 지속되기보다는 좋았다 나빠지기를 반복해서 언젠가는 저절로 나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일시적인 탈항이나 가벼운 상태의 치핵을 제외하면 치질은 결코 스스로 낫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치질은 무작정 참아서 되는 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병인 것이다.

K씨는 수술 경과가 좋아서 3일쯤 입원한 다음 바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 퇴원 수속을 끝내고 나를 찾아온 그는 내 손을 덥석 잡으며 “그 동안 뭐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나 싶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원장님, 이제는 골프를 쳐도 됩니까?”

골프가 뭔지, 어색하고 불편한 몸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던 그는 불과 1주일 만에 다시 골프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슬며시 웃으며 “적당한 운동은 치질 수술 후 회복을 돕지만, 너무 힘을 쓰거나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한 달 정도는 편히 쉬다가 서서히 시작하세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헬스조선 webmaster@healt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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