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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
[ 2008년 02월 17일 22시 01분 ]
빨간 불이 켜 졌는데 자동차가 정지선을 그냥 지나치거나 애인이나 부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면 이는 분명 비난의 대상이다. 특별한 이견이 있을 수 없고 만의 하나 그 비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라도 하면 그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선은 이처럼 일상에서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며 보편 타당한 가치를 의미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런 선이 희미해진 것 같다.
먼저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보자. 대통령 취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 정부 부처가 어떻게 짜여질 지 아직까지 안개 속이다. 이명박 당선인측이나 대통합민주신당이나 어느 한 쪽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으르렁 거리고만 있다. 상대방 탓으로 돌리기 바쁜 모습인데 둘 다 커다란 것은 잊고 있는 듯 하다. 바로 그들이 지켜야 할 선이 국민들의 기대라는 것을….
국민들은 정치권이 이처럼 선을 넘자 실망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하기도 전에 발목을 잡냐"는 목소리도 있고 "또 이명박 불도저의 등장인가"라는 비판도 있다. 새로 시작하면 당연 기대를 거는 일반인들의 반응이 결국 "너무한다"는 단어로 집약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정치인이 국민들을 한 숨 짓게 만드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한 사람은 무려 1160명. 5대 1를 넘는 역사적인 경쟁률이다. 대통합민주신당도 곧 공천 접수를 받는다. 벌써부터 호남권 공천권을 거머쥐기 위해 정치인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 뛰어드는 것이야 뭐라 말하겠냐만은 과연 이런 행태에 정치 철학이나 이념이 바탕이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 공천 신청률이 치솟은 것은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절대 우위를 점했으니 총선에서도 반영될 것이라는 심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호남권 공천권 경쟁 조짐도 신당의 텃 밭이라는 점이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 모두 여의도에 '무임 승차'로 입성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금배지에만 눈이 멀어 불나방 처럼 달려드는 이런 모습도 국민들이 우리 정치 문화에 거는 기대, 즉 선을 짓밟는 행태다. 그러다 보니 안산를 비롯한 여기 저기에서 "철새 정치인 물러나라"는 외침이 일고 있다. "누가 되도 똑 같은데 뭣하러 투표하냐"는 무관심도 이런 정치인들의 몹쓸 습성 때문이다.
일반인은 선을 지키지 않으면 법이라는 잣대로 엄중 처벌되기 때문에 대부분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법의 심판을 피해나간다. 도덕적 비판도 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일쑤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섬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에게 일반인은 어른이다.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정치인들이 선을 무서워하도록 만들어야 할 때다. 국민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려 한다면 "어이 정치인! 당신 선 밟았어"라고 따끔하게 혼을 내 줘야 한다.
진광길기자 k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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