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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호전될 때 자살하는 사람 많아
[ 2008년 02월 20일 22시 20분 ]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자살을 생각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지난 2005년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적어도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3명중 1명꼴인 33.4%였다.

1987년 8106명 선이던 자살자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만2458명으로 급증했으며, 그 이후에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는 24.7명(2005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10.2명), 프랑스(15.1명), 스웨덴(11.4명), 영국(6.3명) 등 OECD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자살자의 50~80% 정도는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0년간 1282건의 자살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20.8%), 심리불안(20.6%) 등 정신과 및 정신과 관련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41.4%였다.

▲ Getty images 멀티비츠 그러나 이 조사가 자살이 이뤄지고 난 뒤 가족들을 인터뷰해 간접 조사한 것이어서 실제 정신질환 때문에 자살한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이홍식 교수는 "우울증 환자만 자살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신분열증이나 알코올 및 약물의존(중독) 환자 역시 자살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가장 위험한 병은 단연 우울증이다. 우울증 환자의 약 80%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증상이 조금씩 좋아질 때 오히려 자살률이 높다. 우울증이 너무 심하면 자살을 하고 싶어도 그것을 실행에 옮길 힘이 없는데, 증상이 호전되면 자살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활동성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도 자살이다. 미국의 대규모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신분열병 환자의 25~50%가 일생동안 한 번 이상 자살을 기도하며, 환자 10중 1명꼴이 실제 자살로 사망한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자살 위험성을 정상인과 비교하면 30~4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홍식 교수는 "특히 정신분열병이면서 피해망상, 죄책망상, 지시환청 등 증상이 심할수록 자살을 결심하기 쉽다. 이들은 증상에서 오는 두려움이나 죄책감 등 괴로움을 피하려고 자살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은 우울증, 인격장애 등과 더해져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정신과 질환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살자의 약 50%가 술에 취한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알코올 의존자의 40% 정도가 평생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다는 보고도 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의존환자이면서 50세 이상 남성, 한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경험, 주요우울증 등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알코올 의존환자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살자들이 선택한 장소는 집과 그 주변이 57.4%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박형민 연구원은 "이 같은 행동은 자살자가 목숨을 끊는 순간에도 누군가 자신의 자살을 말려 주기를 원하는 심리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자살을 실행하기 전 자살자의 약 75%가 주변에 자신의 계획을 말하는 등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자살 가능성이 큰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 환자의 가족들은 항상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대화나 설득만으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병 환자의 자살을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약물치료 등 전문의의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 위험 징후]

①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②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해하며 지쳐 있다.

③자신의 죽음이 가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④자살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⑤초조해하고 불안해하다 갑자기 차분해지고 편안해 한다.

⑥최근 가족의 죽음이나 건강 상실 등 힘든 일이 있다.

⑦가족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

⑧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하며 의기소침해 한다.

⑨식사, 성, 수면 등 생물학적 욕구가 현저히 줄었다.

⑩알코올 의존이 있다.

⑪별거나 이혼, 사별로 혼자 살고 있다.

⑫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아낌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위 항목 중 주변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자살 위험을 염두에 두고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는 등 조처를 취한다.
조남욱 헬스조선 기자 kiosk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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