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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반 우려반' 첫 발 내딛은 공정거래
[ 2008년 02월 27일 03시 10분 ]
지난해부터 공정거래 정착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제약업계가 학회 측과 지정기탁제를 도입하며 투명경영을 위한 사실상 첫 성과물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료계와 다국적제약사들이 적극적인 동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실효성에서 물음표가 따르고 있다.
특히 다국적제약사가 지정기탁제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자칫 반 쪽짜리 제도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한국제약협회는 한국의학원·한국의학학술재단은 개별제약사와 개별학회의 직접적인 지원을 금지하고 제3자를 통한 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지정기탁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제약협회는 지정기탁제가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첫 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대대적인 단속 및 징계를 받은 이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병원발전기금 지원·리베이트성 학회 지원·개별제약사 의약단체 지원 등을 금지키로 결의했다.
하지만 규약의 강제성 미비 및 의료계의 무관심 등으로 아직까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이번에도 형식적인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물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정기탁제 양해각서 체결식에 공정거래위원장, 복지부장관, 의사협회장, 병원협회장 등 관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한 이유도 공정거래정착에 대한 제약업계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우선 지정기탁제라는 성과물을 내놓은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지만 학회 측에 제공되는 제약사의 지원금을 투명화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켰다는 사실로만으로도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체결식에 참여한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 김건상 이사장은 “지금도 잘하고 있는 학회들이 많은데 지정기탁제가 이들에게 규제로 비춰질까봐 도입 과정에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며 당초 지정기탁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의 기대대로 지정기탁제가 제대로 운영될 경우 기존에 일부 학회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제약사에 지원금을 강요했던 관행이 근절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그렇지만 지정기탁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일단 학회 측과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또 다른 당사자인 의료계에서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장, 병원협회장 모두 양해각서 체결식 초청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은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다국적제약사의 적극적인 협조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다국적제약사가 지금처럼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할 경우 자칫 국내사만 지정기탁제를 이용하는 반쪽짜리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약협회는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의 동참을 하루 빨리 이끌어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만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제약협회 측은 국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제약협회이기 때문에 지정기탁제를 도입하면 KRPIA는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근 다국적제약사들의 제약협회 탈퇴로 힘이 실린 KRPIA는 “아직 제약협회로부터 제도 동참에 대한 정식 요청을 받지 못했다”면서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여조차 하지 않아 양 협회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제약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지정기탁제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부여한다”면서 “다국적제약사도 동참해 공동으로 공정거래를 정착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연 지정기탁제라는 첫 성과물이 산적해 있는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 헤쳐가며 공정거래 정착이라는 최종 목표까지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승현기자 sh100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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