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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썩은 살(의사) 도려내는 의협
[ 2008년 03월 09일 21시 59분 ]
할머니 짐을 들어준 철수, 형편이 어려운 짝꿍을 위해 도시락을 나눠 먹은 영희, 그리고 친구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왕따를 주도하고 있는 성진이를 선생님에게 알려준 기철이. 초등학생 시절 보통 ‘참 잘했어요’라는 상을 받은 주인공들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기철이와 비슷한 행동에 나섰다.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등 ‘부도덕한 의료기관’을 색출해 정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키로 한 것이다. 이미 의협은 2곳의 명단을 보건복지가족부로 넘겼다. 의심이 가는 12개 의료기관도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실태조사 중이다.

협회가 소속 회원의 행정처분을 직접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의사협회의 고심은 더욱 컸으리라 본다. 일부 ‘악덕 회원’ 때문에 전체가 부도덕하게 매도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의협은 의사들의 중앙회이긴 하지만 권한은 그리 강하지 않다.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는 있지만 의협회원이 아니라고 해서 의료 활동을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회비 안내도 되니 더 좋다”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변호사협회가 ‘자율 징계권’을 가지고 문제가 있는 회원에게는 아예 변호사 자격증 자체를 아예 빼앗아버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새발에 피다.

그렇다고 의협에 행정 지도권이 부여돼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때문에 ‘부도덕한 회원에 대한 행정처분 의뢰’라는 조치는 의협이 할 수 있는 자율정화의 최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의협은 이번 계획을 추진하면서 회원들로부터 “협회가 어떻게 나에게”라며 공격을 받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 있는 회원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사천리고 진행했다고 한다.

‘참 잘했어요’ 상을 받은 성진이의 행동이 고자질로 폄하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의협의 이번 행보에 어느 회원도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철이의 용기 있는 선택이 반 전체에 평화를 찾아 준 것처럼 의협의 노력도 의사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광길기자 k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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