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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부민 3월말 바닥…4월 '수술대란' 온다
[ 2008년 03월 12일 03시 11분 ]
암 진단이 내려져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조치가 필요한데도 수술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4월에 전국적으로 '수술 대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헌혈의 급격한 감소로 수술 필수의약품인 알부민 생산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3월까지는 각 병원들이 비축 물량을 이용해 간신히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번 달 말이면 그마저 완전히 바닥나게 되고 추가 공급도 제 때 이뤄지지 않아 교통사고 같은 응급수술은 물론이고 암이나 심장병 같은 예고된 수술도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알부민 대란, 4월이 최대 고비

현재도 각 병원들은 심각한 알부민 공급난을 겪고 있다. 지방의 중소 병원들은 알부민이 없어 수술 환자나 교통 사고 환자들을 서울 등지의 큰 병원으로 보내고 있으며, 서울의 대형병원조차 알부민 비축 량이 지난해의 1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알부민이 모자라 응급환자에게만 근근이 공급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뚜렷한 대책도 없어 난감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알부민의 99% 이상을 생산하는 녹십자와 SK케미칼에 따르면 전국 병원의 알부민 한달 소모량은 평균 8만5000~9만병. 올해 1월까지만 해도 8만5000병까지 공급됐지만 2월 4만5000병, 3월 5만9000병만 공급됐다.

특히 4월엔 알부민 원료가 되는 혈장 부족으로 인해 많아야 2만5000병 출하될 계획이어서, 알부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술 대란은 초 읽기에 들어 갔다. 알부민의 원료가 되는 혈장의 연간 공급량(국내+수입)은 2006년 46만353L에서 2007년 33만8095L로 줄었고, 올해는 30만L도 채우기 힘들 전망이어서 이 같은 수술 대란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들 "환자 다 죽게 생겼다" 하소연

국내 알부민의 약 90%를 소비하는 전국 종합병원에서는 통상적으로 10일치 정도의 재고를 확보한 상태서 추가 공급을 받아 병원을 운영한다. 그러나 취재팀이 서울 유명 병원에 비축 물량을 문의한 결과 서울대병원은 "3~4일치", 삼성서울병원은 "평소의 절반 수준", 경희대병원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에게만 알부민을 처방"하며, 삼성서울병원은 "일반 병실 환자에겐 처방을 자제"하고 있다. 경희대병원은 "응급환자, 수술환자, 간 질환 등 필수 투여 대상자에게만 투여하도록 의사들에게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간 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서울아산병원 한 외과교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붙잡고 '내 환자 다 죽게 생겼다. 제발 공급에 차질 없도록 도와 달라'고 매일 같이 하소연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회사 조차 원료인 혈장이 없어 한 달의 절반은 생산라인을 놀리고 있어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방 종합병원은 상황이 더 급박하다. 간경화로 전남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이영은(51·가명) 씨는 난데없이 의사로부터 다른 병원에 가라는 권유를 받았다. 주치의는 "간경화 환자에게 투여해야 할 알부민이 다 떨어져 알부민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왔지만 여기서도 알부민 재고가 바닥이라는 의사 말에 불안하기만 하다.

혈액 부족이 원인, 대책 없나

알부민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원료가 되는 혈액 부족.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인구는 202만8610명으로 2006년 225만603명에 비해 20만 명 가량 줄었다. 헌혈인구가 260만 명 수준은 돼야 필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데 현재 60만 명분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각 제약회사들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미국 등에서 혈장을 수입하고 있으나 '자국 혈액은 자국민이 우선 소비한다'는 각국 정책에 따라 최근엔 그마저도 어려워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혈장이 부족한데다 수입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 현재 우리나라의 혈장 자급율은 55~60% 수준이다.

그렇다면 알부민 대란을 뚫을 방법은 없을까? 일단 가격이 국산보다 두 배 정도 비싼 수입 완제 알부민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알부민 생산 제약사들은 현재 미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알부민 수입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수입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입 알부민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수입서류 검토 기간을 최대한 앞당겨 알부민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도울 방침이다.

혈액을 통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헌혈 후 100일간 창고에 재고로 묶어두는 '인벤토리 홀딩(inventory holding)'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제약회사들은 임시방편으로 허용해 달라고 보건복지가족부에 요청하고 있다. 외국에선 60일인데 우리나라와 일본만 100일 이상 보관하므로 이미 60일이 지난 약 40일치 혈액을 한시적으로 활용하자는 것.

만약 40일치 재고량으로 알부민을 만들면 2만2000~2만3000병이 제조되므로 1~2주 소모량은 메울 수 있다고 제약사는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에선 그러나 헌혈자의 질병 잠복기 등을 감안해 60일로 줄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설혹 제약사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당장 그 혈액으로 알부민 제품을 만들더라도 최소 2개월이 소요되므로 빨라야 5~6월에 제품 수급이 가능하며, 4월 수술 대란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알부민의 부족사태 원인 파악을 위해 오남용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꼭 필요한 환자 이외에 영양주사로 쓴다거나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규제하겠다는 것. 그러나 병원들은 "알부민이 없어 당장 수술도 못하는 상황인데 의사들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것을 보면 한심할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의대교수는 "'인벤트리 홀딩' 기간을 한시적으로 단축시키는 동시에 대대적인 헌혈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멀쩡한 환자가 죽어 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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