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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매출조작 年 4~6,000만원 리베이트
[ 2008년 04월 01일 22시 25분 ]
앞서 설명했듯 A의원과 이 영업사원의 조직적인 처방금액 조작에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B제약사는 감사팀을 현장에 투입했지만 A의원 사무장은 원장이 자리를 비웠다거나 잠시 후배 의사가 의원을 맡고 있다는 방법으로 감사팀과 원장과의 대면을 고의적으로 회피했다. 급기야 B제약사는 A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EDI 청구금액을 입수하는 편법을 이용해서야 A의원과 영업사원이 3년 동안 펼친 행각을 적발할 수 있었다. B제약사가 입수한 청구액에 따르면 2006년 A의원의 전체 월 평균 청구금액은 B제약사의 월 처방액인 2000만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120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구나 B제약사 의약품을 처방한 금액은 월 평균 30만원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결과적으로 B제약사는 A의원과 한 명의 영업사원의 치밀한 농간에 3년 동안 존재하지도 않은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자체 데이터에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고작 월 평균 30만원 처방을 따내기 위해 PMS 비용 포함 4000만~6000만원의 리베이트를 고스란히 A의원에 가져다 준 모양새가 됐다. 이에 B제약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영업사원이 가져오는 2000만원대 처방 내역표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이 영업사원은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진료실내에서 펼쳐지는 각종 불법 행위는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소개한 제약사 영업사원과 의약사가 서로 짜고 도용한 인적사항을 이용, 허위부당청구를 일삼는 등 리베이트뿐만 아니라 각종 불법행위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의원과는 무관하게 영업사원이 자신의 매출을 올릴 목적으로 처방 내역표를 조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리베이트를 의사들에 가져다 주는 과정에서 착복하는 배달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영업사원들 사이에는 “포도 송이를 통째로 먹지 않아도 씻다가 떨어진 포도 낱알 몇 개는 먹어도 괜찮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현실이다.

물론 모든 제약사, 영업사원 및 의사들이 매도당할 필요는 없지만 영업현장에서 각종 리베이트가 만연해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왜 진료실에서 이처럼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으며 제약사는 의사들뿐만 아니라 영업사원들에게도 이용당하는 입장이어야만 할까.

이는 차별화된 신약이 부족한 국내제약사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과열경쟁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처방에서 주도적인 권한을 갖게 된 의사들은 제약사로부터 의약품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는 관계가 아닌 자연스럽게 제약사에 대한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의사들은 일부 의약품을 제외하고 자신이 처방하고자 하는 의약품을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수요에 비해 공급자가 무수히 많은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탄생되는 이치다.

시장 원리로 따지만 이 경우 제약사는 가격 경쟁을 통해 병의원에 의약품을 납품할 수 있지만 현행 실거래가상환제 하에서는 공급자에 따라 마음대로 약가를 내릴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제약사 제네릭의 경우 품질면에서도 차별화가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리베이트가 조성이 되는 것이다.

즉 제약사는 같은 약가·같은 품질의 경쟁제품보다 자사의 제품을 병의원에 랜딩시키기 위해 의료진에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하게 되며 의사 역시 자신에게 더 성의를 보이는 제약사를 선택하게 된다. 경기도서 20년 동안 정형외과를 운영 중인 한 개원의는 “진료실내에서 처방을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 제공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새로 개원하는 후배들이 제약사를 선택해달라고 하면 어차피 똑같은 약을 다수의 제약사가 갖고 있는 마당에 이왕이면 차비라도 챙겨주는 제약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의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처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리베이트를 줬다고 해서 제약사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결국 리베이트는 또 다른 리베이트를 낳는 악순환을 연출하게 된다. 특히 제약사와 의사는 리베이트 계약을 할 때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남기지 않는 것을 관행으로 한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리베이트의 배경이 되며 심한 경우 제약사가 한 두달 동안 약정한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처방이 바로 감소하는 등 제약사에 대한 의사의 우월적 지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제약사에 대해 의사가 갖고 있는 이러한 우월적 지위는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제약사는 한 의원의 갑작스러운 처방 증가에 미심쩍으면서도 리베이트를 지급해야 한다. 자사 의약품의 처방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원에서 매월 뽑아주는 처방 내역표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을뿐더러 의사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사 제약사가 의사에게 처방에 대한 문의를 했다 치더라도 만약 의사가 처방 내역표가 맞다고 하면 제약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의약분업 이전에라면 의원에 납품되는 매출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제 처방이 매출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약분업 도입 이후 오히려 매출을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반대 경우도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을 경우 문전 약국을 공략, 대체 조제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칙적으로 약사는 처방을 내린 의사의 동의가 없을 경우 대체 조제가 불가능하지만 의사 및 제약사가 모두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 틈새시장(?)을 노리는 격이다.

의사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폐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제약사는 의사와 영업사원이 결탁,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포착했음에도 경찰 고발과 같은 후속조치를 내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해당 영업사원에도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서 제약사는 철저하게 피해자 입장이지만 그간 리베이트를 주는 행위만큼은 엄연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의사나 영업사원의 처벌을 요구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만약 의사나 사무장을 고발했을 경우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의 당초 목적인 리베이트 제공 행위가 드러날 경우 제약사 역시 역풍을 맞을 게 불보듯 뻔할 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을 퇴사 및 중징계 조치를 내릴 경우 영업사원이 회사 기밀을 고발한다면 더욱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제약사이기 때문에 도리어 발목이 잡힌 격이 됐다.

이처럼 제약산업 영업현장에서는 제약사, 영업사원과 의사들은 마치 먹이사슬처럼 얽혀져 있다. 이들은 국민건강을 위하는 신성한 제약산업을 서로의 신의와 의리를 통해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달라고 한 적은 없다. 주니까 받게 되는 것이다”라고 항변하며 제약사는 “현실적으로 리베이트를 당장 끊게 된다면 덩달아 처방이 줄게 되니 안 줄수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 즉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소득 없는 공방만 지속되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영업현장에서 만연해 있는 리베이트는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부패정도가 심각하다”면서 “의료진이나 제약사 모두 국민건강을 위한 양질의 의약품을 처방하고 공급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되새기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5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데일리메디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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