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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의사들…경영 힘든데 회비의 연속
[ 2008년 03월 31일 22시 05분 ]
서울특별시 은평구에서 재활의학과 의원을 경영하고 있는 전문의 김모(45세) 원장. 김 원장은 문득 의사로 살아가면서 한 해 납부하는 회비가 얼마인지 궁금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그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계산기를 두드렸다.

개원의인 그는 매년 대한의사협회 회비 33만원을 납부한다.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관계로 서울시의사회 회비도 내야 한다. 회비는 23만원. 서울지역 개원 의사로 활동하면서 기본적으로 56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회비 납부 행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원의인 관계로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협의회에 별도 연회비를 납부한다. 회비는 가입비 30만원에 연회비 10만원이다. 학회 참여도 필수다. 보통 3~4개의 학회에 가입한다고 할 때 대략 20만원 내외가 소요된다. 각종 연수교육에 참여해 내는 돈도 20만원 남짓 된다. 김 원장은 1년 간 많게는 136만원에서 적게는 100여만원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었다. 인근에 새 병원이 생긴 이후 환자가 감소한 김 원장의 한숨은 깊어졌다.

의사의 길로 들어서면 매년 다양한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근무 형태와 진료과별로 납부하는 회비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의사들이 가입하는 대표적인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의협은 근무형태별로 4가지 방식의 회비를 걷는다.

개원 의사들은 가형으로 분류 돼 연 33만원을 납부하며, 나형인 봉직의사와 교수들의 회비는 24만2000원이다. 다형에 속한 인턴, 레지던트들은 13만 7000원을 낸다. 라형인 공중보건의사는 10만5000원이 책정 돼 있다.

의협 관계자는 "각 근무 형태에 따라 회비가 책정되며, 금액은 개원의사가 가장 높은 반면 공중보건의가 가장 낮다"며 "근무형태와 수입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부분의 의사들은 전문의 과정을 밟는다. 각 진료과별 회비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는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19개의 협의회 또는 의사회가 소속 돼 있다. 회비 수준은 가입비를 포함할 경우 최대 40만원에서 무료까지 다양하다.

전문의 자격 획득 시 평생회비를 내는 진료과를 제외하면 재활의학과개원의협의회가 가장 높은 편이다. 이어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등이 상위권에 속했다. 순수 연회비로는 신경정신과개원의협의회가 최고 수준이다.

반면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신경외과개원의협의회, 흉부외과개원의협의회는 연회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 활동에도 회비는 필수다. 현재 대한의학회에 등록된 학회 수는 140여개. 최근 활동이 부진한 학회가 퇴출됐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술기를 배우려는 의사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용성형, 하지정맥류 등 소이 돈 되는 학회에 의사들이 몰린다.

광진구 송모 원장은 "개원을 하고나니 수익을 낼만한 마땅한 여력이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하지정맥류에 집중하고 있으며, 관련 학회를 쫓아다니면서 술기를 배웠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학회를 기웃거리기도 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국내 대표적인 학회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연회비는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었다. 가입비를 제외할 경우 대부분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대부분 3만원에서 8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이 여러 학회에 가입한다는 점에서 비용을 적게만 볼 수 없다. 실제로 참여 학회가 5개가 넘으면 적어도 20만원 이상이 지출된다.

불광동 김모 원장은 "생각하지 못한 회비가 너무 많다. 의협 회비뿐 아니라 반드시 들어야 할 연수평점과 학회 활동을 하다보면 연 1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환자가 많으면 모를까 대부분의 평범한 의사들에게 회비는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좋은 환경 조성되면 회비 얼마든지 내겠다"

의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회비 부담은 금액 보다는 협회 활동의 불만족에 기인했다. "회비를 내면 무엇하냐", "협회비가 어느 방향으로 쓰여지는 지 믿음이 안간다" 등의 이유가 대부분이다.

개원의들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회비는 올려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언론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은평구 김모 원장은 "의사들이 체감하는 회비 부담은 금액이 높아서가 아니라 의협 등 권익단체의 활동 부재에서 초래되는 결과라 볼 수 있다"며 "의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활동 모습을 보여주면 이 같은 불만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성동구 최모 원장은 "예전 의쟁투 활동 때 100만원씩 성금을 모금하자는 의견에 상당수 의사들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였다"며 "확실한 정책활동, 권익보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회비를 낼 의사들이 많다"고 거듭 강조했다.

급여 현실화 등을 통해 의사 세계에 불고 있는 2080 현상(소득 양극화)을 해결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종로구 정모 원장은 "길 하나 건널 때마다 병원이 생기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환자가 급감하고 있어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며 "활동을 위해서 회비를 안 낼 수 없지만, 의사가 연 100만원의 회비도 못내냐는 볼멘소리를 들을 때면 힘이 풀리고 마음이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 실력에 따라 소득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급여에 의존하는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수가조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개원의들은 "의사들이 신뢰받는 사회, 적어도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쳐지는 일이 없도록 협회가 노력해 달라. 그렇게만 된다면 민초 의사들은 회비로 화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 내용은 오프라인 데일리메디 5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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