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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잘 굴러가고 있습니까?
[ 2008년 04월 02일 21시 50분 ]
어떤 일을 시작하면 당초 계획대로 일이 잘 진행되는지 꼼꼼히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고쳐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지나치게 상식적인 ‘개선의 원칙’이 빠진 정부 정책이 있다. 바로 ‘의약분업’. 시행 8년째를 맞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이렇다 할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불편하다”,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는 모습이다. 혹자들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권(정당) 뿌리가 하나인데 건들릴 수 있었겠냐”고 혹평한다. 이런 비판이 맞았는지 어땠는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의약분업 재평가’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 의도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의약분업 초기라고 볼 수 있는 지난 2003년 2월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국민의 정부 5년 국정운영평가에 대해 여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약분업(16.7%)은 부정부패(37.2%), 퍼주기 식 북한 지원(18.6%)에 이어 ‘정부가 잘못한 일’ 3위를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의료기관과 약국 이용에 따른 불편정도’를 조사한 결과[아래 표에서도 10명 중 8명 이상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렇다보니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2004년 경남 산청군(신안.단성.신등.생비량 등 4개 면) 주민 370여 명이 벌인 '의약분업 저지규탄대회'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는 약국이 한 곳 밖에 없어 의약분업 당시 예외 지역으로 지정됐었지만 2003년 말 약국과 치과의원 등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의약분업이 시행됐다. 그러자 주민들은 “이용 불편과 진료비 부담이 크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이런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6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연구책임자 장덕진)가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분업 평가를 위한 국민만족도 조사'(한국갤럽)에서도 절반 이상은 의약분업 실시 전에 비해 의료비용은 늘어났지만 의료혜택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약국에서 약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것(27.7%)과 병의원에서 약을 받지 못하는 점(22.1%), 보험료 인상(21.4%), 진료비 인상(20.5%) 등을 4大(대) 불편한 점으로 들었다.
사정이 이러니 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언급한 대로 의약분업은 환자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이나 질환 시 대처방안에 대해 2000년 11월 의약분업 평가단의 조사 결과에서는 63.3%가 의료기관을 이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2002년 5월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는 그냥 참는다가 41.6%로 가장 많았다. 즉, 국민들의 의료이용 행태가 웬만한 불편함은 참고 견디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의약분업이 시행 초기 의료기관 외래의 요양급여 청구건수 변화도 이런 점을 뒷받침한다. 1998년 2억2851만건였던 청구건수는 1999년 2억6765만건, 2000년 2억939만건, 2001년 3억2172만건, 2002년 3억4759만건 등으로 나타났다.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과 2001년 사이에 의료기관 외래의 청구건수는 3133만건 증가에 그친 것이고1996부터 1999년까지 연평균 2951건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약분업에 따른 증가치는 181만건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약국을 이용하던 환자가 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정부 기대가 그저 ‘청사진’으로 남겨진 것이다.
의약분업은 말 그대로 진료(의사)와 조제(약사)를 분리하는 제도다. 의사와 약사가 해당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전문 능력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제도가 잘 돌아가면 약 값의 마진이 빠져 재정이 튼튼해질 것이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시행 초기 무너졌다. 그러지 않아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건강보험재정은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더욱 악화돼 2001년 결국 파탄에 이르는 지경이 됐다.
소 잃은 정부는 펑크 난 건보재정을 때우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고 담배부담금에서 충당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외양간을 고치는 비용은 애초부터 국민들의 몫이 돼 버렸다.
실제로 의약분업 시행 초기이자 효과가 한창 논란이 됐던 2002년 정우진 교수(연세대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들은 1년 사이 최소 8340억원에서 최대 1조9330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06년 747억원, 2007년 2847억원의 단기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2578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덕분에 보험료는 8년 동안 6배 이상 올랐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가 더 이상 이대로 둘 수만은 없다며 안정화를 목표로 삼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정부가 말하는 해법인 국고 지원이라는 방식이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꼴이어서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위 내용은 오프라인 데일리메디 5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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