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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제4의 물결 시기 도래"
[ 2008년 04월 02일 21시 54분 ]
일전 어느 모임에서 보건복지부 고위관료를 지내신 분이 현재 제약산업은 ‘제4의 물결’시기를 맞고 있다고 표현하여 깊이 공감한 적이 있었다.

제약 후진국이던 우리나라에 1987년 물질특허가 도입되면서 선진국에서 개발된 신약의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마음대로 카피하지 못하게 된 것이 제 1의 물결이었다. 이후 근대 제약산업이 태동한 이후 100여년간 줄곧 성장세에 있던 제약산업이 1997년 말 IMF가 터지면서 시장이 위축된 것이 제 2의 물결이었으며,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의료-약업계에서 일어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하고 적응한 회사는 소위 ‘잘 나가게’되었고,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되어 제약업계의 랭킹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 제 3의 물결이었다.

지금까지의 물결은 그래도 시차를 두고 차례로 몰려왔지만, 앞으로 닥쳐올 제4의 물결은 국내외로 몰아칠 종적 횡적인 물결이 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FTA의 양국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약제비 적정화를 위한 약가선별등재 (positive list system)방식의 채택, 생산자에 대한 GMP의 강화 등이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의약품 분야는 미국쪽이 월등한 선진국이어서, 미국측 요구의 핵심은 개발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해 달라는 것과, 약가정책의 투명성이다.

지적재산권의 강화란 한마디로 말해 미국산 원천기술(original)에 대한 개발이익을 확실히 보장해주고, 특허나 PMS가 만료되어도 제너릭의 출현을 허가당국에서 정책적으로 억제해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외자계 다국적 기업에 의한 의약품의 독과점구조가 심화되어 국내제약기업의 약품개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신약개발의 여력도 없어져 기술은 종속되고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국내제약산업이 붕괴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 소득에 비해 비싼 약값을 지불하든가, 돈이 없으면 투약혜택을 받지 못하는 필리핀과 같이 되는 길뿐이다.

약가선별등재방식 (positive list system)도 건강보험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대의는 좋다. 하지만 자칫 정책을 잘못 드라이브하면 제약산업의 전체파이가 작아져 많은 선진국에서 국가전략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제약산업을 장기적으로 위축시켜 영영 우리나라가 제약선진국대열에 들어서는 기회를 앗아가 버릴 우려도 크다.

북유럽의 일본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SAAB비행기, VOLVO자동차등 수많은 명품을 자랑하는 산업강국이였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기계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이런 기계산업보다 무명이였던 제약회사 하나가 만든 신약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비행기나 자동차가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커서 제약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강한 육성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로지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약만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약품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마저 대한민국은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기술변방국가가 되어 버리면 그 피해는 1차적으로 제약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피해가 제약기업에만 국한되는 않는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오로지 공룡만이 지배하는 시장구조하에서는 국민이 사용하는 약물의 값비싼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선진국에 갖다 바쳐야 한다.

기술우위국은 이렇게 얻은 이익을 더 큰 이익을 위해 보다 나은 약물개발에 재투자하는 선 순환구조로 갈수 있지만, 우리는 계속 기술종속이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미국기업이나 한국기업이나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원동력은 시장에 제품이 성공적으로 런칭됨으로서 얻을 이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개발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개발이 이뤄지는 모티브가 되도록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특허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특허기간을 넘어서도 그런 이익을 보장하고, 경쟁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까다롭게 하라는 것은 마치 포드자동차가 미국에서 최초로 대량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니,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같은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여 팔려면 로열티를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국내제약산업은 기술속국화를 피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자연적으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개량신약(IMD)분야에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혁신적인 신물질(innovative new molecular entity)의 개발국은 못되더라도, 제너릭으로 쌓여진 기술적 바탕 위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개량신약(IMD incrementally modified drugs)분야라는 계단까지 올라온 단계이다.

국내사들이 개량신약에 눈을 돌린 이유는 기술과 자본이 일천한 상황에서 혁신적인 신물질 신약보다는 실패의 리스크(risk)가 적고, 특허나 PMS기간 만료 후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는 블록버스터급의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다국적사의 에버그린(evergreen)전략을 견제하고,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요구에 질질 끌려가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미국사람에 의한 특허나 한국사람에 의한 지적재산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며, 그것이 과학발전, 특히 신약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자유무역(Free trade)의 근본정신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어떤 국적의 특허건, 독점기간이 지나면 공공화(公共化)하여 같은 수준의 기술을 지닌 경쟁자에 의해 더 싼값에 만들어져 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그걸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개발자의 선취권(priority)보장이라는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 개량신약은 공룡만이 지배하는 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출현함으로써 국가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제4의 물결이 몰려오는 이때, 그래도 한국이라는 세계 11위의 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기술과 국내의 제조설비를 가지고 세계라는 거대한 시장을 목표로 하는 정신이 건강한 제약기업은 생존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1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안목있는 정책을 바라며 글을 맺는다.

[위 내용은 오프라인 데일리메디 5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승재기자 leejs@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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