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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독)인가? '민간보험' 藥(약)인가?
[ 2008년 04월 30일 03시 20분 ]
온라인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가 화제를 일으키면서 정부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영의료보험 도입 추진에 반대여론이 불붙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지난 10일 “의료시스템의 기본 틀은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9일 “당연지정제를 확고히 유지하겠다”며 서둘러 논란의 불씨를 껐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지금까지 당연지정제 폐지보다 대체형 민간보험의 도입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민간의료보험은 절대 눈길도 줘서는 안 될 제도인가? 아니면 여기에도 장점은 있기에 받아들일 부분은 검토해야 하는가? 한번 물꼬를 트면 우리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으므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가? 민간의료보험을 비롯한 미국식 의료시스템 도입에 대해 찬반론자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찬성 : 최명기 부여 다사랑병원 원장,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
미국에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총기 소유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외국인의 눈으로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의료보험제도다. 무어는 ‘식코(Sicko)’를 통해 이 문제를 신랄히 공격했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이 영화가 쇼킹할 수도 있지만, 소위 비판적 지식인들이 미국 의료제도를 공격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의료제도가 현재와 같이 유지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 국민의 상당수가 현재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미국에서 전국민의료보험이 안 되는 이유가 단지 보험회사와 의사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미국은 커뮤니티 사회다. 마을사람들이 뽑은 보안관과 카우보이들이 지켰던 사회다. 따라서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간섭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미국인 상당수는 억지로 의료보험을 가입하도록 강요하는 법이 생긴다면 그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건강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음, 줄담배, 마약복용으로 인해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이들의 의료비를 왜 다른 사람이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1년에 15%가 보험 미가입자라는 통계도 과장된 감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험이 없는 사람이다. 단지 비싼 보험료 때문이 아니라 건강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 국민은 고갈될 것이 분명한 국민연금에 강제로 가입되는데, 이것이 절대선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보험이 없더라도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면, 병원은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 설혹 진료비를 못 냈더라도 환자의 재산을 차압해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일단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그 수준에 대해 감탄한다. 진료비가 높은 반면, 의사가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해서 더 신경 써서 진료를 한다. 진료비의 고저는 항상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수가가 높은 만큼 최첨단의 다양한 실험적 치료들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첨단 의료기술은 모두 미국에서 나온다. 만약 미국에서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를 낮추어서 의료산업이 쇠퇴한다면 그것은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의료제도를 평가할 때 한쪽 척도로만 본다. 하지만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에게 비용의 문제는 이차적일 수도 있다. 막대한 돈을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쓰는 것이 현실 아닌가?
건강은 자신이 먼저 챙겨야 한다. 금연, 운동, 절주 등을 통해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흡연, 마약, 폭주 등으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는 사람보다 보험료를 적게 내야 하지 않을까? 무조건 소득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현재 방식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30~40대의 성실한 직장인은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아마도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보험사들은 건강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다. 대체형 민간보험의 도입이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주지는 못하지만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미국의료제도나 민간의료보험 등과 관련한 논쟁을 접하며 정치적 관점을 떠나 내 처지에서 무엇이 이득이 되는지 곰곰이 따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는 이들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잘 도입하면 우리 의료시스템의 모순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반대 : 윤태호 부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또는 도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으로는 소비자의 공급자 선택의 자유 보장, 소비자의 다양한 보험 상품 선택권 보장, 경쟁 유발을 통한 공공의료의 효율성 증대, 의료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 그리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 대한 기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인 점이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 비춰 볼 때 제대로 작동할지는 매우 의문시된다.
첫째, 소비자의 공급자 선택의 자유에 대하여 OECD 보고서에서는 영국 등 공급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국가에서 선택권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나, 공급자 선택이 광범위하게 보장되는 국가들에서는 별 영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환자가 의사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너무 많이 의사를 선택해서 문제이다. 더군다나 경제적으로 여유만 있다면 선택진료제를 통해 저명한 의료인을 제한 없이 만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보험상품의 선택권 보장과 관련하여 너무 많은 상품은 오히려 가입자에게 혼란만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에 의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를 받지 않으려면, 상품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미약하다.
셋째, 공공의료서비스의 효율성 증대와 관련하여 호주, 영국 등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가 공공병원의 입원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공공의료서비스의 서비스 제공 속도를 향상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공공의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10% 남짓에 불과하다.
넷째, 의료의 질 향상과 관련하여 미국을 제외한 OECD 선진국들의 경우, 민영의료보험회사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동기 부여가 낮고, 투자 가능성도 낮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의료의 질 향상 노력은 대부분 국가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에서는 민영의료보험사에서 관리의료라는 제도적 틀에서 평가와 감독을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관리의료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서 불만이다. 더군다나 전국민건강보험 체계인 우리나라에서 민영의료보험회사들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란 어렵다.
다섯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보다는 적정한 수준의 국민의료비 지출에 있다.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또는 도입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또는 도입은 정부의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시키고, 고소득층들의 탈퇴 동기가 부여돼 국민건강보험 기능을 위축시킨다. 동시에 의료공급과 의료수요, 그리고 진료비를 모두 증가시킴으로써 국민의료비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된 미국, 스위스, 독일 등이 전 세계에서 국민의료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국가군에 속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오히려 의료보장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의료양극화, 국민의료비 지출의 폭등 등 부작용만 더 키울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진행 중인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또는 도입에는 정부의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책임 회피, 의료 공급자의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의 탈퇴, 그리고 민영의료보험회사의 이윤 창출 등의 복합적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의료의 상품화를 부추기고, 의료를 양극화시키는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또는 도입이 아니라, 부담 없는 비용으로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바이다.
조경진,이민영 코메디닷컴 기자 nice2088@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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