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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듯한 다리 때문에 벌써 '경로석 신세'
[ 2008년 05월 13일 03시 00분 ]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젊어 보이는 외모로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박모(62)씨는 얼마 전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 받고 깜짝 놀랐다. 뽀얀 피부에 주름도 별로 없어 남들보다 10살은 어려 보인다고 자부했는데 자리 양보를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다리가 불편하신가봐요?”자리를 양보한 청년은 일어서면서 박모씨의 다리를 유심히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부터 다리가 터질 듯이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버스도 꼭 쪼그려 앉아 기다렸는데 청년이 창문 너머로 이런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병원을 찾은 박모씨는 “그동안 나이보다 어린 ‘동안’ 외모 때문에 경로석을 양보 받은 적은 없었는데 척추 상태는 ‘동안’ 외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늙어버렸다”며 하소연했다.
박모씨의 경우처럼 버스정류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도 길을 가다가 쪼그리고 앉아서 잠시 쉬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노인들은 조금만 걸어도 힘들기 때문에 꼭 쉬어야 하는데 바로 척추관협착증 때문이다.
기계도 많이 사용하면 닳게 되듯, 몇 십년을 사용하는 인간의 척추도 노화된다.
척추는 33개의 척추뼈와 척추 마디마디에 있는 디스크, 신경줄기인 척수, 척추를 지탱해주는 인대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화가 시작되면 이 중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디스크에 먼저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물침대의 물이 빠지듯 디스크 내의 수분이 점차 빠지게 된다.
따라서 디스크는 약해지고 흔들리게 되며, 충격 또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척추 뼈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처럼 디스크의 약화는 척추후관절이 굵어지게 만들고 인대가 두꺼워지는 현상도 만든다. 이는 곧 머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들이 지나가는 관인 척추관을 좁아지게 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똑바로 서서 조금만 걸어도 엉치나 다리가 저리고 당겨서 앉아서 쉬어야 하고, 쉬면 증상이 호전되어 다시 걷을 수 있게 되지만 잠시 후 또다시 아파져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된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노인들은 쉴 때 허리를 구부리기 위해서 쪼그리고 앉기 일쑤인데, 허리를 구부리게 되면 척추관을 이루는 인대가 늘어나 척추관이 조금이라도 넓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허리를 펴면 인대가 구불구불해져서 척추관이 더욱 좁아지고 신경을 누르게 되어 아파지는 것이다. 또, 경사진 곳이나 계단을 오를 때는 허리가 구부러져 별 무리가 없지만 내려갈 때는 어렵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의 환자는 활동하지 않고 가만히 않아있으면 괜찮고 활동하면 아프기 때문에 꾀병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찾아오는 통증으로 사회적 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특히 고령의 환자는 척추관협착증이 진행되어 신체 활동이 적어지게 되면 심신이 쇠약해지고 당뇨나 고혈압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협착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을 먹거나 운동으로 치료를 하거나 신경의 부종이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경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착의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부위마취를 하고 미세현미경을 이용하여 척추관을 넓혀주는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수술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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