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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짧은 사람 치매 잘 걸려" 학계 논란
[ 2008년 05월 21일 02시 40분 ]
어릴 때의 영양상태가 노년기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며, 최근에는 치매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어릴 때 영양상태를 반영하는 팔 다리 길이에 따라 치매에 걸릴 확률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돼 흥미를 끌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영양면역학 연구소장 티나 후앙 박사는 평균 72세 미국인 2798명을 조사한 결과, 어릴 때 영양상태를 반영하는 팔 다리 길이가 치매 발병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미국신경학회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특히 팔 길이가 짧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5배 높았고, 허벅지에서 발바닥까지 길이는 1인치 증가할수록 여성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6%씩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전남대병원 정신과 김재민·윤진상 교수팀도 65세 이상 노인 916명을 조사한 결과 다리길이가 7㎝ 감소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1.44배 증가했으며, 특이하게 머리둘레가 3㎝ 감소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1.66배 증가했다고 2008년 국제노인의학저널에 보고했다. 이에 앞서 전북대병원 신경과 정슬기 교수팀은 235명의 한국인을 조사한 결과 팔 길이가 1㎝ 짧아 질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1.5배 커진다고 2005년 보고한 바 있다.

정슬기 교수는 "다리는 골다공증 등에 의해 길이가 변할 수도 있지만, 팔 길이는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어린 시절 영양상태를 반영하는 좋은 지표가 된다"며 "팔 길이가 짧은 사람은 어린 시절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고, 그 시기에 형성돼야 할 뇌의 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해 결국 노년기 치매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팔 길이와 치매와의 연관성은 특히 여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는데, 연구 대상이 65세 이상이었음을 감안하면 당시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남아선호사상이 연구결과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당시에는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영양상태가 더 나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백경훈 교수는 이에 대해 "생후 2년 동안은 사람의 성장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신경계의 발달은 이 시기에 거의 이뤄지기 때문에, 이때 영양섭취를 잘하는 것이 뇌세포나 뇌 발달에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 시절 영양상태는 노년기 심장병 발병과도 연관이 있다. 2005년 폴란드 오레곤 영양과학대학 데이비드 바커 박사팀은 출생 시 체중이 3㎏이하이고, 2세 때 체질량지수(BMI)가 16이하였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60~70세 때 심장병 발병 가능성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출생 후 첫 2년 동안의 성장 패턴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나중에 근육보다는 지방이 많이 축적된다. 결국 고지방, 저근육 상태의 신체가 돼 노년기에 심장병에 잘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영양상태와 노년기 질병 발병과의 상관관계에 관해선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여의도 성모병원 신경과 김범생 교수는 "치매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므로 단순히 팔, 다리 길이와 머리둘레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물론 머리둘레가 작으면 뇌 기능이 좋지 않다는 가설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뇌의 크기에는 뇌세포 수뿐 아니라 뇌척수액의 양도 영향을 미치므로 꼭 그렇다고 만도 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정신과 윤진상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측정 당시 노인들의 팔 다리 길이와 치매 유병률과의 단편적인 관계를 본 것이므로 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장기간의 추적관찰 연구가 필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 십 년 후 건강상태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어린 시절 좋은 영양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백경훈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아과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영양학적 상태를 자주 평가 받는 것"이라며 "아이가 음식을 잘 먹고 정상체중을 유지하면 건강하게 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검진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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