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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총리 문책 당하게 한 日 의료정책
[ 2008년 06월 11일 21시 40분 ]
일본 참의원에서 현행 헌법 사상 처음으로 총리 문책 결의안이 통과됐다. 참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사민당, 국민신당 등 야당은 11일 참의원 본회의를 열어 후쿠다 총리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제출해 찬성 131, 반대 105로 가결했다.

이번 결의안은 가결됐지만 실제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후쿠다 총리는 사퇴를 거부해도 앞으로 국정 운영 등에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자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후쿠다 총리. 취임초 지지율이 60%였지만 20%대로 추락했다.

원인은 75세 이상 노인 대상의 의료제도에 대한 불만. 야당은 논란을 빚는 노인 의료제도 폐지안에 대해 후쿠다 총리가 반대했다는 이유로 문책 결의안을 제출했다.

후쿠다 총리를 중도 퇴진시킨 고령자 의료보험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1300만여 명에 이르는 75세 이상 노인을 '후기 고령자'라고 이름 붙여, 기존에 가입해 있던 국민건강보험이나 조합건강보험에서 강제 탈퇴시켜 새로운 그룹으로 묶은 신종 의료보험이다.

하지만 "인생 끝났다고 선고라도 받은 느낌이다" "늙고 병들면 그냥 죽으라는 말이냐" 등 제도 시행 이후 격한 반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고령자들의 국회 앞 시위도 잇따랐다.

최근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를 폐지 또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87%에 이르렀다.

정부의 新 의료보험 제도에 비난 여론이 쏟아진 것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75세 이상 고령자의 자기부담률 10%가 고정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생성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2년에 한 차례씩 14%, 18%로 자기부담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 고령자'가 되는 2025년에는 현 보험료의 4배 이상을 내야 한다. 전체 의료비의 40%가량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확산되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도 강행을 고집했던 후쿠다 총리는 결국 일본 헌정 사상 초유의 중도하차 총리라는 불명예 퇴진을 당하고 말았다.

후쿠다 총리의 퇴진은 최근 국내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사태와 맞물려 우리 사회에 적잖은 의미를 던진다. 더욱이 총리 퇴진의 이유가 다름아닌 실패한 의료정책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래 우리나라 의료정책을 두고 의료계 안팎으로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공성 강화'란 명목으로 사회주의 의료를 강요하는 탓에 의료계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고 일반인들 역시 식대급여화 등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의료정책에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정된 재정으로 최적의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정부의 노고를 부인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쇠고기 사태에서 나타나 듯 민심을 저버린 정책은 정부의 독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의료정책이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그 방향성에 분명한 문제가 있음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민심이 요동치기 시작한다면 머잖아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후쿠다 총리 사례를 목격하게 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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